사회 전국

"선수 18명이 23경기 조작"

檢, 프로 배구·야구 등 31명 기소<br>불법 도박 사이트가 온상<br>"선수들 도덕적 해이에 경종"

배구ㆍ야구 등 프로스포츠 승부ㆍ경기 조작을 수사해온 대구지검은 14일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모두 31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적발, 이 중 11명을 구속 기소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승부조작에 가담한 국군체육부대 소속 배구선수 최모(28)씨 등 4명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국방부 검찰단에 통보했고 군 검찰은 이들을 구속 기소했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프로배구의 경우 전직 KEPCO 선수 염모(30)씨 등 3명은 구속 기소됐고 현직 KEPCO 선수 박준범 등 7명과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선수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남자 프로배구에서는 지난 2009~2010시즌과 2010~2011시즌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4명의 선수가 개입해 17경기를 조작했고 여자배구는 2010~2011시즌에 한 차례 경기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선수들은 심판이나 관객 등이 경기조작을 눈치 채지 못하게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리시브 또는 토스를 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스파이크하는 방법을 썼다.

브로커들은 승률이 떨어지는 배구 팀이 일정 점수 이상으로 패했을 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방식을 활용해 선수들에게 필요한 점수 이상의 차이로 소속팀이 패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의 경우 구속 기소된 LG 트윈스 투수 김성현은 모두 세차례 경기를 조작해 700만원을 받았고 같은 팀 박현준도 두 차례에 걸쳐 경기조작에 가담해 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들은 야구에서는 승부 전체를 조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몸이 풀리지 않은 듯 첫 이닝 볼넷을 던지는 수법으로 경기를 조작했다.


프로배구와 프로야구 승부ㆍ경기 조작의 진원지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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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불법 사이트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정식 스포츠토토와 달리 외국에 서버를 두고 수시로 사이트를 옮기기 때문에 베팅에 참여한 이들의 배당수익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1인당 베팅금액도 정식 스포츠토토(최고 10만원가량)와 달리 5,00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었다.

박은석 대구지검 2차장 검사는 "소문으로 떠돌던 프로스포츠의 승부ㆍ경기 조작 사실이 적발, 심각한 수준에 이른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청 등 5개 기관과 함께 승부조작 방지를 위한 19개의 스포츠 환경구축 세부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다음달 중 국민체육진흥공단에 통합 콜센터를 설치해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에 대한 신고접수를 시작한다. 적발된 불법 사이트를 빨리 차단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자율적으로 심의해 3일 이내에 차단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손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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