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대형 국영은행의 전 행장이 재임시절 자국이 국가부도 위기에 빠져져있는데도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영국 런던의 초호화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 그리스 국영 농업은행(ATEbank)의 테오도로스 판타라키스(사진) 전 행장은 은행이 파산하기 몇달 전 800만유로의 개인예금을 해외로 빼돌려 런던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그리스에서는 재정위기가 불거진 3년 전부터 정치ㆍ금융인 등 부유층을 중심으로 불확실한 자국 경제상황을 피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현상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재정적자를 메워야 하는 그리스 정부당국은 해외부동산 거래목록을 최근 국세청에 제시했고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해 판타라키스 전 행장의 비위를 밝혀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판타라키스 전 행장은 "런던 부동산 매입은 지난해에 이뤄진 것"이라며 "정부당국에 신고한 사안이고 세금도 납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휴가 중이기 때문에 아테네로 돌아가기 전까지 아무 말도 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판타라키스 전 행장이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리스 은행원은 "혹독한 긴축정책에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는 판타라키스 전 행장이 자신만 살자고 재산을 빼돌린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판타라키스 전 행장은 재임시절 1억5,000만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사회당(PASOK)과 신민당 등 유력 정치권에 불법 대출한 의혹과 행원 퇴직연금 부족분 1억3,000만유로를 불법 대출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이달 말 농업은행 국정감사 자리에 판타라키스 전 행장을 불러 관련 의혹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