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훈중과 대훈중의 ‘특성화(국제중) 중학교 설립 동의안’처리 행방이 안개 속이다. 지난 8월 서울시 교육청의 국제중 설립계획 발표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 지난 15일 시 교육위원회가 ‘심의 보류’결정을 내린 데 대해 시 교육청이 바로 다음날 ‘보완 후 재추진’ 입장을 밝히는 등 혼선의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시 교육위 정례회(20~31일)가 시작되는 만큼 21일께 ‘국제중 동의안’심의를 다시 요청할 예정이지만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다수 시 교육위원들은 “일단 보완책의 내용을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제중 설립에 반대해 단식투쟁을 한 이부영 교육위원과 ‘심의 보류’결정시 홀로 ‘가결’을 주장한 이상진 교육위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국제중 설립에 반대해 지난달 26일부터 10여일 동안 단식을 했던 이부영 위원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주일 만에 (보완이) 될 일 같았으면 그 전에 했어야 한다”며 “중요한 교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왜 굳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부영 위원은 또 “재심의 동의안이 올라오면 검토야 해야겠지만 (번복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이상진 위원은 “이 문제는 국제중을 한 두개 만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평준화 시스템에 변화를 주는 중요한 계기”라며 “준비가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하면 돼 일단 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진 위원은 이어 “국제중 문제는 2년 전에도 나왔던 것인데 전반적인 학력 저하를 가져온 평준화의 틀을 깨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제중 필요성에 대한 견해도 극과 극이었다. 조기유학 수요 흡수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부영 위원은 “지난해 조기 유학으로 2만7,000명 정도가 해외로 나갔는데 국제중 2개로 이를 충족시킨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말대로라면 국제중을 200개 정도는 만들어야 맞다. 시민들을 무지ㆍ무능하거나 판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지 않고서는 내세울 수 없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상진 위원은 이와 관련, “중학교 교육이 엉망인 상태에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교육비 폭증에 대해서는 “국제중이 결국 특목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입시 지옥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시험이 아닌 생활기록부 등 학업 성취도를 보고 선발하는 것이어서 따로 대비할 필요가 없다”는 등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이번 논란의 해법에 대해 이부영 위원은 “논란의 원인 제공 뿐만 아니라 (국제중 설립 관련)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정택 교육감이 상식 수준에서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상진 위원도 교육 정책의 수장으로서의 공 교육감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공 교육감이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방법은 정반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