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금융공공기관 같은 날 입사시험 구직자 기회 뺏는 행정편의주의"

금융위 "분산 필요"

금융 공공기관들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해 구직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높은 연봉과 안정성, 까다로운 시험으로 경쟁률이 높지만 여러 금융 공공기관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 탓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 공공기관의 취업과정에서 스팩(학력·경력·자격증 등) 등 불필요한 관행을 없애고 있어 필기시험에 대한 숨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4일 "능력이 있는 지원자가 몰리다 보니 금융 공공기관이 행정 편의주의로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는데 이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면서 "필기시험 날짜를 맞춰서 구직자의 기회를 뺏는 관행에서 벗어나면 민간기업의 채용방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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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금융 공공기관의 필기시험 날짜가 겹치는 관행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 공공기관 공채 입사에 응시한 구직자는 10월19일에 필기시험을 봤다. 가장 인기가 높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수출입은행·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산업은행이 이날 필기시험으로 275명을 뽑았다. 이날 시험에는 1만1,150명의 구직자가 몰려 4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비금융공기업인 산업인력공단과 가스공사, 남동발전, 국가직 공무원 9급, 국민연금도 필기시험을 치렀다. 2010년에도 한국은행·산업은행·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 등이 같은 날 필기시험을 실시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뜻하는 'A매치 데이'라는 별칭이 금융 공공기관 필기 시험날에 붙는 이유다.

이런 채용 흐름에 대한 구직자들은 불만은 높다. '금융고시'로 불리는 시험을 준비하느라 몇 년씩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시험을 볼 기회조차 뺏긴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을 그만두고 금융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박모(33)씨는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필기시험이 가장 중요한데 시험과목이 비슷하기 때문에 시험 날짜가 분산된다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물론 중복 합격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험전형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실력이 있는 지원자는 여러 곳에 붙는 경우가 있다"면서 "합격했다가 입사를 포기하면 금융 공공기관은 물론 다른 구직자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같은 날 필기시험을 치르면 자연스럽게 구직자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구직자도 "필기시험이 한 날짜에 있으면 그나마 경쟁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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