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사이드 스토리] 보유지분 팔아 현금 확보 나선 현대중공업

돈 정말 말랐나? 체질개선 차원인가?

해양플랜트 부실로 7분기째 적자… 운영자금 '긴급 수혈'

조선업 부진 장기화 대비 재무구조 정돈 차원일수도


7000억 추가 매각 가능성… 건설장비 생산도 줄일 듯

9월 중순 현대삼호중공업은 노르웨이 유전개발업체 시드릴사로부터 갑작스레 시추선 해약 통보를 받았다. 인도(9월 25일 예정)까지 채 2주도 남지 않은 6,700억원짜리 계약이 엎어질 위기에 놓이자 삼호중공업은 물론 모회사 현대중공업까지 계약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느라 이번 추석 연휴까지 쉴 틈 없는 상황을 이어갔다. 어떻게든 계약을 살려내 인도하는 게 당면 과제지만 당장 9월 운영자금 공백을 메꾸는 것도 큰 숙제로 다가왔다. 해당 시추선은 인도 시점에 대금의 60~7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4,000억원대 자금이 들어와야 했지만 어그러지면서 운영자금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결국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3일 보유 중인 포스코 주식 130만8,000주를 팔아 2,262억원을 확보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월급 줄 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나마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지분이 있어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한때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보유 현금을 자랑했던 현대중공업이 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이례적으로 '형제 기업'의 지분까지 팔았다. 그것도 돈을 남긴 것이 아니라,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팔고 말았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은 정말로 급박해서 보유 지분까지 내다 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일까. 또 판다면 어느 수준까지 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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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해양플랜트 부실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보유 현금이 자꾸만 떨어지자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다른 회사 지분을 잇달아 처분하며 긴급 자금 수혈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4일에도 현대자동차 주식 316만4,550주를 5,000억원에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겼다. 23~24일 이틀간 현대중공업그룹이 확보한 현금만 7,26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에는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KCC 주식 4,152억원어치, 포스코 주식 2,865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현재까지 현대중공업그룹 소속 조선3사가 주식 처분으로 거둬들인 현금만 1조4,279억원이다.

지분 매각을 두고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현대차)나 KCC나 포스코 등 다른 회사와의 우호 관계 변화 등의 해석이 일부 나오기도 했지만, 표면적으로만 보면 현대중공업이 밝힌 대로 보유 현금 감소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일 뿐 다른 이유를 찾기 힘들다.

현대중공업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3조2,495억원, 순손실 1조7,692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2·4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해양플랜트 손실 이슈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가운데 적자로 인해 곳간은 비어가고 운영자금은 계속 필요하자 가장 손쉬운 현금 조달 방법인 보유 지분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줄기에서 본다면 이번 지분 매각이 급박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선업의 시황 부진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조정 방법을 선제적으로 꺼냈다는 것이다. 어차피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회사 전체의 재무 구조를 정돈하는 의미에서라도 지분 매각은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자칫 유동성 상황이 코너에 몰릴 경우 지분 매각이 아니라 '더 큰 물건'을 꺼내야 하고, 죄악시했던 금융권 차입도 검토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금융권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자체 능력으로 해결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추가적인 지분 매각에 나설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현대중공업에 밝은 한 소식통은 "중공업이 여전히 현대자동차와 KCC지분 7,000억원 어치를 들고 있다"며 "앞으로 유동성 상황에 따라 추가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굴삭기 시장 부진에 따라 다음달부터 굴삭기와 휠로더 등을 만드는 건설장비 사업부의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ed.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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