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잠잠하던 구제역이 다시 발생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매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들의 생계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경기 포천시 창수면 가축농가의 젖소들은 정밀검사한 결과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났다.
지난달 19일 경기 연천의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후 11일 만으로, 이번이 여섯 번째 발병이다. 방역당국은 이 농장의 젖소 81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농장 주변 반경 500m 안에 있는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있는 우제류(발굽이 2개인 동물) 모두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구제역의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농장과 역학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농장의 우제류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31일 개최된 중앙가축방역협의회의 결과에 따른 것으로, 우선 6차 발생농장과 사료차량, 집유차량, 축산동호회모임 등을 통해 접촉 빈도가 높은 역학농가의 2,000여 두(소 500두, 돼지 1,500두)에 대해 우선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역학농장 현장조사단을 구성해 앞서 살처분 한 농장이외에도 구제역 전파위험도가 높은 농장을 조사해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된 농장에 대해서는 추가로 살처분 할 계획이다.
이처럼 구제역이 다시 발생, 예정돼 있던 가축 수매가 미뤄지자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구제역 피해지역에서 가축수매 축소로 인한 축산 농가들의 피해를 막고, 이들의 생계안정을 위한 보상 기준 현실화가 시급해졌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 발생으로 판매가 제한되면서 과체중이 된 돼지의 수매가를 10% 인상한다고 밝혔다.
통상 돼지는 체중이 110㎏일 때를 적정 출하 시점으로 보는데, 이동·판매가 제한되고 계속 사육하다 보니 과체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돼지 수매가를 종전 보다 10%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축사 농가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경기 포천시 창수면의 한 양돈 농가 관계자는 "구제역이 다시 발생해 어떤 대책도 없이 출하를 2주 더 기다리게 됐다"며 "비정상적으로 커진 돼지들을 빨리 수매해 주면 좋겠지만 규정(마지막 살처분 2주후 수매)상 돼지를 처분도 못해 사료값만 들어가고 있다. 또 사육 공간이 좁아져 새끼돼지를 살처분하는 수밖에 없지만 보상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끼돼지를 살처분하더라도 정부가 적절한 수매가로 보상하지 않으면 농장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포천 지역에는 약 200곳의 양돈농가가 있는데, 6차 구제역이 발생한 창수면의 위험지역(반경 3km이내) 안에만 수만 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현재 위험·경계지역 안에 위치해 출하와 이동이 통제되고 있는 농가들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지만, 구제역 발생지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농가의 적절한 보상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