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미동맹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도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이러한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경제가 어려울 때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면 한미동맹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일 KIEP 보고서와 관련, “국가는 국가다워야 한다”고 전제하고 “국가가 국가 노릇을 하려면 파병도 하고 테러와 맞서 싸워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일정 정도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뉴욕 월가는 전세계 시가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유가증권이 움직이는 금융시장으로 월가의 움직임이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만명의 투자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에 수조달러의 뭉칫돈을 국경을 넘나들며 움직이는 곳이다. 월가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수조달러의 돈을 움직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힘은 단연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다.
많은 사람들이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을 ‘경제대통령’이라 부르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페드워처(Fed Watcher)’라는 직업군단마저 생길 정도로 미국 중앙은행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FRB와 함께 미국 재무부도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막강한 미 재무부를 움직이는 배경은 펜타곤과 국무부라는 것이 뉴욕 금융가에서는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지난 2001년 미 재무부는 고분고분하지 않는 아르헨티나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지원을 철회했고 이에 아르헨티나는 또다시 국가파산(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에 비해 인접국인 브라질에서는 2002년 말에 좌파정당인 노동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에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찾아가 시장경제 체제를 약속함으로써 미국의 지원이 풀렸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한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외교관계는 한국경제에 여러 차례 영향을 미쳤다. 가까운 일로 북한 핵 문제와 한미 갈등이 고조되던 2003년 3월을 들 수 있다. 당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은 기피대상이었다. 북한 핵 이슈가 국제금융시장을 자극한 것이다.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한반도에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정부의 코멘트를 한쪽 귀로 흘리고 미확인 정보에 매달려 한국물을 기피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제시장에서 즉각 한국물 가격에 반영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가 급상승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한국을 안전한 투자국으로 분류했으나 ‘덜 안전한 나라’로 인식이 바뀌어갔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빨리 인식해 진정시키려고 노력했고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한국에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외국자본이 들어와 있고 증권시장의 경우 시가총액의 40%, 정부와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거래가능 주식의 3분의2를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인의 한국 투자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21억3,0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금액의 70%를 차지하고 93~2003년 국내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47%가 미국계다. 해외자본은 한미 갈등이 깊어질 때 워싱턴의 기류를 읽는 경향이 강하고 한국 국적의 자본도 이에 민감하게 동요한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경제안정에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