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ㆍ4분기 한국경제가 '깜짝 성장'했지만 한국은행은 오히려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깜짝 성장'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 결과물인데다 불확실성도 많아 자생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한은은 특히 '미국의 더블딥 우려'까지 들먹이면서 하반기 경제 회복세가 미미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에 따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시행 시점은 상당 부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깜짝 성장은 재정지출 덕분=2ㆍ4분기 성장률이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는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재정을 과감하게 풀어 투자가 증가한데다 자동차 세제 혜택으로 민간소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에 대한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 전기 대비 3.3% 증가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 덕에 평소보다 자동차 판매량이 10만여대 증가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무려 8.4% 급증하면서 지난 2000년 1ㆍ4분기의 17.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도 한몫했다. 수출은 전기전자ㆍ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4.7% 증가하면서 2003년 4ㆍ4분기의 14.9%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김명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한 데는 내수진작책과 수출 효과가 컸다"며 "자동차 세제 혜택과 노후차량 교체가 전년 동기 대비 GDP를 끌어올린 효과는 0.8%포인트이며 재정지출은 GDP를 1.9%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자생적 성장은 멀었다=비록 2ㆍ4분기 깜짝 성장을 달성했지만 이 같은 회복세가 하반기에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하반기에는 정부 재정지출에 제약이 뒤따르는데다 세계경기의 불확실성, 고용 악화 등을 감안하면 2ㆍ4분기와 같은 경제성장률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 국장은 "자생적인 경제성장의 모멘텀에는 고용이 가장 중요한데 고용사정이 호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고용이 빨리 회복되지 않는 한 내수가 2ㆍ4분기처럼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계경제가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와 미국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며 "이는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의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의미"라고 걱정했다. 한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에 재정투입 여력이 떨어질 것을 감안하면 자생적인 경기회복은 아직 멀었다"면서 "3ㆍ4분기에는 전기 대비 성장률이 0~1% 내외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한은과 정부가 하반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함에 따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 카드를 한동안 꺼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관계자는 "총액한도대출 한도 축소나 지급준비율 인상 등은 자칫 중소기업ㆍ은행 등 내수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검토는 해볼 수 있겠지만 당장 꺼내들 정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 역시 "2ㆍ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오기는 했지만 정책기조를 바꿀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가 나와야 기조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다"고 확장정책기조의 유지를 밝혔다. 특히 금리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주택담보대출ㆍ기업투자 등에 문제가 많다"며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는 동감하지만 쉽게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