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기아 "그룹체질 근본적으로 바꾸자" 고강도 개혁 신호탄

현대·기아차 신인사시스템 도입 의미는<br>직원 잠재능력 육성에 주안점 조직성과 극대화 의도등 담아<br>조직구성·의사결정시스템등 경영전반 개혁작업 뒤따를듯


현대ㆍ기아차가 마련한 신 인사시스템은 단순히 인사제도를 개편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룹의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 강도 높은 ‘내부혁신’의 신호탄이다. 정몽구 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리더십 공백이 주는 심각한 경영혼란을 겪으면서 체질 개선을 서두르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인재’의 평가와 육성 방식부터 수술한 뒤 중장기적으로 조직 전반을 아우르는 경영시스템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나가겠다는 ‘그룹 발전방향’의 일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인사평가 시스템 어떻게 바뀌나=현대ㆍ기아차의 이번 신 인사시스템 개편방안은 ‘어떻게 하면 직원을 육성하고 성과 향상을 촉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종전에는 업무성과를 토대로 평가를 내린 뒤 이를 승진 등 보상 차원에서 주로 활용해왔으나 앞으로는 직원 개개인의 잠재된 ‘역량’까지 평가해 교육이나 보직이동 등 인재육성을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역량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에 맞게 매년 자기개발 계획을 만들어 상사와의 협의를 통해 확정한 뒤 이를 토대로 사내외 교육을 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 인사시스템’은 우선 ▦업무수행의 결과를 평가하는 성과평가와 ▦업무수행 과정상 발휘되는 잠재능력을 평가하는 역량평가가 두 축을 이루고 있다. 단순히 성과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역량까지 구분해 제반 인사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평가방식 역시 목표설정이나 중간점검 없이 매년 두 차례 평가시점에 임박해 한꺼번에 실시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조직 목표와 연계한 개개인의 목표설정 ▦목표 진척도에 대한 중간점검 ▦평가를 위한 면담 진행 ▦계획대비 실적에 입각한 최종 평가 등 5단계로 세분화됐다. 또 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성과평가와 역량평가 시기를 상ㆍ하반기로 분리했다. 이밖에 직급별로 5단계로 나눈 뒤 다시 이를 1~11등급까지 11단계로 세분화한 평가등급을 ▦S(5%) ▦A(30%) ▦B(40%) ▦C(20%) ▦D(5%) 등 5단계로 축소했으며, 평가결과에 대한 통보도 ‘투명성 및 신뢰도’ 확보를 위해 본인 외에 상관인 평가자들에게도 통보하기로 했다. ◇강도 높은 조직 ‘내부혁신’ 신호탄?=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성과평가를 토대로 한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격히 지켜왔다. 주요 간부급 및 임원들의 경우도 실적이나 능력에 따른 수시인사를 통해 늘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신 평가제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종전 성과중심의 엄격한 평가보다 직원 개개인의 경쟁력(역량)을 높이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매년 실시하는 정기평가 자체를 승진 등 단순히 인사를 위한 기초 ‘감시자료’가 아닌 ‘인재육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활용, 조직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와 관련, 그룹 주변에서는 최근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전후해 인사시스템에 대한 부작용 내지 문제제기가 불거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이번 사태가 인사에 불만을 가진 내부제보자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 등을 의식, 인사시스템 개편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제도 혁신을 시발로 앞으로 그룹 내 조직이나 의사결정 시스템 등 다각적인 내부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룹은 이미 비자금 사태를 계기로 경영지배구조 개선 및 계열사별 자율ㆍ독립경영 체제 구축 등을 통해 조직내부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공언해놓은 상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기획총괄본부 등을 중심으로 경영전반에 걸쳐 다양한 개혁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정몽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시점을 계기로 흐트러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사회와 호흡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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