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증시가 깊은 조정을 보이면서 공모주 시장도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공모주 청약 한 달 전에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하지만 3월 들어서는 이 같은 기업공개(IPO)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가 단 한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는 요즘 중동 사태 등으로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공모 일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거래소를 통해 IPO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한국디지털위성방송, 한국종합기술, 이퓨쳐, 중국대제국제유한공사, 세아특수강, 에이비씨마트코리아, LIG마스터기업인수목적, 골든브릿지제1호기업인수목적 등 모두 8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아직 한곳도 없다. 특히 이들 가운데 LIG마스터기업인수목적, 골든브릿지제1호기업인수목적 등 두 스팩을 제외한 6곳이 이미 지난 해에 예비심사 승인을 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기업들이 공모일정을 늦추고 있는 셈이다. 현재 예비심사 청구 상태인 기업들의 경우엔 가장 빠른 심사일이 오는 10일인 점을 고려할때 IPO까지의 일정을 아무리 빨리 소화한다 해도 다음달 중순까진 IPO에 나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공개를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공모 일정을 늦추면서 3월에 이어 4월까지 무려 두 달간이나 공모주 청약이 아예 없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12월 결산기업들 중 대다수가 2월까지 결산을 마치고 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점에서 3~4월은 전통적인 IPO 비수기로 분류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의 경우에도 중국식품포장, 네오피델리티,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3월 IPO를 실시했고, 지난 해 3월에는 IPO 최대어 가운데 하나였던 대한생명을 비롯해 스팩 3곳과 디지탈아리아, 차이나킹하이웨이 등 6곳이 공모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이달 공모주가 전무한 상황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중동 사태 등 외부악재로 증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공모를 굳이 서두르려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리딩밸류제1호기업인수목적의 경우는 지난달 15일 “현재 여건이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모를 철회하기도 했다. 지난 해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현재 공모일정을 조율 중인 기업 주관사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중엔 공모를 확실히 할 생각이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한 점을 감안해 아직 공모 일정을 논의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IPO 수요가 많은 만큼 주식시장만 되살아나면 공모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2월은 결산기간이라는 점에서 보통 IPO 신청 기업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에만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하이마트 등 6곳에 달한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증시 상황이 안 좋아서 공모에 나서는 기업이 적지만 예비심사 청구 기업 수만 보면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 공모에 나서는 기업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