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국세행정기관과 우리나라 국세청의 가장 큰 차이는 개방성이다. 미국의 국세청인 IRS는 모든 직위가 개방돼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 행정부는 행정고시 제도가 없기 때문이지만 그 중에서도 IRS는 외부 전문가를 주요 보직에 임명한 게 특징이다.
휴렛팩커드 사의 고문 변호사가 대기업 담당 세정업무, 민간 법률회사 경력이 있는 검사가 탈세 조사 부서에서 일하는 식이다. IT등 전문업무 역시 외부 전문가가 나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는 대부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국세행정전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IRS의 경우 재무부 장관을 비롯해 민간위원이 청장 해임 권고까지 할 수 있다.
론 샌더스 전 IRS 인적자본관은“외부에서 유입된 전문가들은 IRS 개혁에 핵심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국세청은 고시와 비고시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고 외부 전문가가 핵심 업무를 맡는 일은 거의 드물다. 2년 계약직이고 보수에 한도가 있어 외부 전문가가 직업의 안정을 포기해야 국세청에 들어올 수 있다. 외부인사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도 없다.
외국의 국세행정기관이 조직을 개방하는 이유는 변화를 위해서다.
영국 국세청인 HMRC는 변화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개선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점검한다. 국세청 개선 방안이 내부의 조직논리에 의해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끝까지 관리 감독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세청 본청에서 한 지시가 각 지방청이나 세무서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일례로 국세청은 지난 2010년 연간 수입금액이 100억원 미만인 개인과 법인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20일 이내로 끝내도록 했다. 하지만 수도권에 비해 사업자별 수입이 적은 지방의 경우 100억원 미만이어도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소기업에 속한다. 이 때문에 지방청은 50억~100억원에 해당하는 지방소재 중소기업의 경우 최근 세무조사 비율을 높였다. 세무조사를 줄이라는 중앙의 지시와 반대로 현장에서는 늘린 것이다.
세무서 수를 줄인 것도 외국 국세행정기관의 공통점이다. 덴마크는 2005년까지 세무서의 89%를 줄였고, 노르웨이는 77%, 러시아는 50% 가량 줄였다. 이들 나라는 지역별 세무서 대신 기능별 부서에서 일을 처리했고 정보처리 센터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철저하게 납세자 위주로 조직을 구성한 것도 외국 국세행정기관의 특징이다. 어느 나라나 납세자는 세금을 내기 꺼려하고 세무조사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납세자가 편하도록 조직을 운영하고 분석한다.
반면 우리나라 국세청 조직은 각 세목별로 운영하고 납세자에 대한 구분은 개인ㆍ법인ㆍ국제 등으로 단순하게 짜여 있어 납세자 보다는 세정당국 위주라는 비판을 받는다.
과학적 기법을 통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외국 국세행정 기관의 특징이다.
미국IRS는 연령과 소득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급성장 등 사회적 경험을 포함시켜 납세자를 세분화한다. 영국 HMRAC는 수년간의 조사와 경험을 바탕으로 170가지의 규칙을 정의한 뒤 점수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