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인 해외 스포츠 스타들 부진 잇따라 케이블 채널들 '울상'

한국인 해외 스포츠 스타들 부진 잇따라···<br>SBS스포츠 이승엽 시청률 전년대비 반토막<br>XTM은 K-1 최홍만 중계 고작 1경기 그쳐<br>과당 경쟁이 위기자초… "피해는 시청자 몫" 지적도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스포츠 스타들이 잇따라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이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해외 경기를 중계하는 케이블 스포츠 채널들은 지난 몇 년간 야구, 축구, 격투기 등 각 종목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우리 스타들의 활약상에 종전보다 몇십 배나 올린 가격을 아낌없이 치르고 중계권을 사들였지만 이들의 부진으로 자칫 본전도 뽑기 힘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간 부쩍 심해진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지나친 경쟁이 스스로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진단한다. 드라마나 쇼, 오락 등 여타 장르와 달리 방송사의 컨트롤이 ‘불가능’한 특성상 떨어지는 시청률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바라만 보고 있다. ◇이승엽 시청률 전년대비 반토막=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4번타자로 연일 홈런쇼를 펼쳤던 이승엽. 이를 중계한 SBS스포츠채널도 덩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6월 위성 시청률이 드라마채널에 이어 전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는 이승엽의 부진과 함께 시청률도 급락했다. 지난해 8월 400호 홈런을 터뜨렸을 때와 비교하면 시청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 초 3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K-1 독점 중계권을 산 CJ미디어 XTM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5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최홍만은 지난 2월 XTM이 K-1 중계권을 확보한 뒤론 고작 1경기에 출전해 그나마 KO패를 당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순간 시청률 22.8%라는 케이블 12년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던 터라 최근의 부진은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박찬호를 필두로 한국 선수들이 대거 활약했던 메이저리그 역시 한국 선수들의 부진으로 과거의 영광은 사라졌다. 2005년 당시 신생 스포츠채널 엑스포츠가 4년에 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독점 중계권을 딸 때만 해도 박찬호가 부활하고 최희섭이 홈런포를 가동하며 대박을 예고했으나 올 들어선 김병현을 제외한 대부분의 메이저리거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거나 한국으로 유턴하면서 시청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엑스포츠의 올해 시청 점유율(1.67%)은 케이블 스포츠 채널 4개 중 가장 낮다. ◇지나친 경쟁이 위기 자초=스포츠채널 담당자들은 한국 출신 스타에만 열광하는 국내 시청패턴의 특수성 상 스타들의 부진에 따른 시청률 하락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최진용 MBC ESPN 편성팀장은 “아무리 해외 스포츠 콘텐츠가 경기 질적인 면에서 우수하다고 해도 한국 스타가 빠진 경기는 국내 시청자들에겐 관심 밖”이라고 말했다. 최근 열린 세계 최고의 테니스 대회 윔블던에서 세계랭킹 1, 2위 맞대결인 로저 페더러-라파엘 나달 경기 시청률이 국내에선 이형택이 출전한 32강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 건 이 같은 국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송재우 엑스포츠 마케팅기획팀장은 “국내 프로야구도 지난 몇 년간 부진했다가 올 들어 갑자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배구의 경우 고사 직전에 갔다가 지난해 갑자기 인기몰이에 나섰다”며 “최근 해외에서 뛰는 스타들의 부진 때문에 열기가 시들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 해 성적에 일희일비했다간 정작 좋은 활약을 펼칠 때 대박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경기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해도 한국 스타가 활약하지 않으면 방송사로서는 손해를 고스란히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한번 터지면 대박’이라고 일컬어지는 해외 스포츠 콘텐츠가 실상은 한국 선수 1, 2명 활약에 의존하는 도박성 게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방송사들의 고질적인 지나친 경쟁 때문에 천정부지로 올라간 중계권료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가장 잘 나갈 경우’만 염두에 두고 펼치는 제살깎이식 경쟁에 거듭되는 손해로 국내 콘텐츠 제작과 해외 유수의 콘텐츠 수입 모두에 약영향을 미칠 경우 그 피해는 시청자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라는 것이다. 케이블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예상 가능한 시청률에 근거해 수입을 계산하고 이에 맞춰 중계권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일단 따고 보자는 식의 경쟁이 결국 방송사들의 자승자박을 낳았다”며 “지상파의 무리한 월드컵 중계에서 나타났듯이 지나친 경쟁의 피해는 결국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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