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중소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지난 6~7월 「우선지원 대상」으로 분류했던 우량 중소기업들조차 최근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무더기로 무너지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부도가 난 두인전자 등 상반기 중 주거래은행으로부터 「우선지원 대상」으로 분류됐던 중소기업들이 은행의 자금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좌초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던 두인전자는 지난달 약 8억원을 막지 못해 30일 최종 부도처리됐다. 두인전자는 올상반기 기술력을 인정받아 주채권은행인 S은행으로부터 「우선지원 대상」 업체로 분류됐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S사도 지난 6월 우선지원 대상업체로 선정된 지 한달 만에 갑작스럽게 자금압박을 받아 문을 닫은 경우. 주거래은행인 E은행의 중소기업 특별대책반 관계자는 『우선지원 대상일 경우 자금지원 신청이 들어오면 가급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건강이 좋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골병이 들었던 기업일 경우 우선지원 대상이라고 해도 무조건 지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C은행과 거래하던 건자재 납품업체인 대동상사 역시 우선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지 한달여 만에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지난 6월 전국 27개 은행의 중소기업 특별대책반은 은행 여신이 10억원 이상 되는 2만2,199개업체를 우선지원 대상 7,846개 조건부지원 대상 1만2,931개 기타 1,422개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각 은행은 이 분류에 따라 우선지원 대상에 대해서는 신용대출과 금리우대 등 적극적인 여신지원을 하고 조건부지원 대상에는 강력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추가여신을 제공, 기타 기업에 대해선 사실상 신규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금융 구조조정의 와중에 은행들이 극도로 대출을 기피함에 따라 우선지원 대상기업조차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인전자의 주거래은행인 S은행 관계자는 『내수가 어려운데도 두인전자는 제때 수출업체로 전환하지 못한데다 올들어 금융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부도나기 한달 전에도 7억원을 대출해줬는데 한달도 버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S업체의 주거래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분류한 지난 6월 당시 일부 업체들은 96년 당시 기업자료밖에 참고할 수 없었다』며 『우선지원으로 분류했더라도 갑자기 사정이 악화돼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은행으로서는 마냥 돈을 대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이 자체 판단에 따라 우량기업으로 선정해 우선적인 지원을 약속해놓고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당연히 예상됐던 내수침체나 매출부진을 이유로 자금지원을 중단, 우량 중소기업마저 쓰러지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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