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폴라 크리머를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으나 갤러리들이 모두 ‘잘했다’ ‘할 수 있다’며 나를 격려한다고 생각했다. 샷을 하기 위해 기다릴 때는 캐디와 기분 좋은 이야기만 했다.” 다소 흥분한 듯 하지만 차분하게 말문을 연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긍정의 마인드’가 위기를 견디게 했으며 결국은 경기 흐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돌렸음을 역설했다. 크리머가 바짝 추격할 때 불안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졌어도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폴라의 기량은 잘 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일 뿐이다.” 경쟁자를 인정하되 결코 말려들지 않는 강인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해 낸 긍정적인 마인드가 오초아를 ‘새로운 골프여왕’으로 세웠다. 20일(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의 로열 메이페어 골프장(파71ㆍ6,505야드)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캐나디언여자오픈(총상금 225만달러). 전날 단독 선두에 나섰던 오초아는 2언더파 69타를 보태며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 크리머를 3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크리머가 초반 연속 버디로 위협해보기도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9번홀과 17번홀 등 전후반 막판에 보기를 1개씩 했으나 버디를 4개 보태면서 4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에도 성공했다. 첫날 1언더파로 기대이하의 성적을 냈던 그는 2,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각각 7언더파와 6언더파를 쳐 선두에 나섰던 터였다. 이번 우승은 시즌 5승째이며 데뷔 5년 만에 거둔 통산 14승째. 그러나 단순한 승수 추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2주 전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자가 된 감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속 우승을 기록했기 때문. 지난해 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던 그는 올해도 같은 기록을 냈다. “대회 우승 후에는 인터뷰와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 상승세를 유지하기 힘들지만 지난 5년간의 투어 경험덕분에 이제 경황없는 중에도 스스로 컨트롤하는 법을 터득했다”는 것이 오초아의 말. 각종 스포츠로 체력을 다진 그녀는 정신적으로도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다승 선두인 오초아는 상금 33만7,500달러를 챙기며 시즌합계 229만9,090달러로 2위와 100만달러 이상 차이 나는 1위를 질주했다. 한편 한국 선수들은 ‘톱 10’에 3명 진입하는 데 만족했다. 2라운드 공동 선두였던 안시현(23)이 10언더파 3위, 장정(27ㆍ기업은행)이 8언더파 6위, 최종일 7언더파 코스레코드 타이를 기록한 이선화(21ㆍCJ)가 7언더파 공동 9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