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의 실적이 엇갈리면서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1·4분기 실적을 보면 신한과 우리금융은 수익성 개선 흐름이 뚜렷한 데 비해 KB와 하나금융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와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 발생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사건 사고가 실적을 가른 셈이다. 달리 보면 각종 악재가 수습국면에 접어드는 하반기에는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은 흐름을 띨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보안투자 등 비용 증가와 주춤하고 있는 영업, 돌발변수로는 기업구조조정이 꼽힌다"며 "큰 악재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금융지주마다 저금리에 맞춰 자산 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을 대거 한 상태인 만큼 앞으로 실적 향상이 두드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악 지났다=자산 클린화에 몰두했던 우리를 제외한 다른 지주는 지난해 4·4분기 수익성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소폭이나마 나아졌다. 올 초부터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낙관적 관측이 대두되기 시작했던 이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1·4분기 실적은 실망스런 부분이 있다.
물론 신한과 우리는 잘했다. 29일께 실적을 발표하는 신한은 5,300억~5,500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10~14% 개선된 수치다. 우리는 52~57% 증가한 3,200억~3,300억원의 순이익을 다음달 9일께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손충당금이 대폭 줄어든 결과다.
반면 앞서 발표한 하나는 33.1%, KB는 9.2%가 각각 줄었다. 이들은 NIM 개선세가 2분기 만에 꺾였다.
다만 내용을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하나는 국민행복기금 손상차손과 kt ens와 관련한 충담금이 1,305억원이나 됐다. 이것을 빼면 순이익은 3,200억원까지 올라간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캐시카우인 이자 이익, 수수료 이익은 1·4분기에 늘었다"며 "하반기 큰 악재가 없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KB도 카드영업정지가 5월 중순까지 3개월간 이어지는 등 악재로 흔들렸음을 감안하면 나쁜 실적이라 하기 애매하다. 실적 개선 여지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구조조정 등 변수=경영 여건은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 저금리 환경은 같지만 내성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은행 등이 지점 축소, 자산 및 사업 영역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면서 적응력이 높아졌다. 금리 여건도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지난 분기 실적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지주 고위 관계자들은 하반기 전망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대·동부 등 대기업 구조조정 등이 가장 큰 변수다. 지주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 등에 제한이 가해지면서 영업 시너지가 줄어드는 점 정도가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인사는 "대손충당금도 상반기에 마무리되는 분위기여서 돌발 악재만 없다면 전망이 나쁘지 않다"며 "자산부채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