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에 필요하다면 화약부문까지 매각할 각오" 김승현 한화 회장, 1월 방콕 전략회의 2010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40%로 확대"수출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 수차례 역설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김승연 한화 회장이 "그룹의 글로벌 혁신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한화의) 화약부문까지도 매각할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창업주인 고 김종희 전 회장이 그룹을 일으킨 발상지인 화약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배수진의 자세로 '제2의 창업'을 성공시켜 글로벌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의 화약사업은 그룹명이 '한국화약'에서 유래될 정도로 그룹의 모태이자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김 회장의 선언이 한화그룹의 글로벌화를 위해 기존 관행과 사업을 획기적으로 바꾸라는 정신무장 차원에서 나온 충격요법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어서 실제로 화약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화약사업 포기 언급은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잇달아 한국경제와 기업이 처한 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지적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해석했다. 지난 9일 이 회장은 "5~6년 뒤 한국경제와 기업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라며 삼성전자의 모태격인 생활가전사업을 개도국에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또 16일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도 "종전과 다른 방식과 시스템으로 새로운 성장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최근 심화된 '넛크래커 위기'를 우려했다. 18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1월3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긴급 해외사업진출 전략회의에서 "전형적인 내수기업인 한화그룹이 수출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은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 경영론을 재차 강조하며 포괄적으로 화약부문 매각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수차례 역설했다"며 "완전히 그룹 체질을 바꾸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한화그룹은 "화약부문 매각을 결정하거나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방콕회의에서 김 회장은 "2010년까지 그룹 매출의 해외비중을 현재의 10%에서 40%로 끌어올려라"라고 지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해야 한다는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한화그룹이 2002년 대한생명 등을 인수하며 성공적으로 외형확대와 사업다각화를 해왔지만 향후 그룹 성장을 위해서는 한국이란 울타리를 뛰어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한화그룹이 최근 수년간 매출이 꾸준히 늘었음에도 불구,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어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점도 김 회장이 강도높게 글로벌 혁신을 진두지휘하는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의 연도별 매출액은 지난 2003년부터 19조1,000억원, 20조4,000억원, 22조4,000억원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 2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03년 1조4,000억원에서 2004년 1조8,000억원으로 증가한뒤 2005년과 지난해 각각 1조5,000억원과 1조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상징성에 비해 ㈜한화의 화약부문은 지난해 매출규모가 6,100억원대인 군수산업이어서 실제 매각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이나 관련업계 판도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 제조·건설, 유통·레저 등 3개 부문을 축으로 하고 있는 한화그룹 사업구조상 화약부문의 전후방 연관효과도 미미한 편이다. 입력시간 : 2007/03/18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