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무원 임금을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처럼 삭감 아닌 반납 방식으로 고통 분담하겠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기자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난 정부산하기관의 한 국회담당자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다.
공무원들이 임금삭감이든 반납이든, 방식을 불문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솔선수범의 자세로 사회적 고통분담에 동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하고 환영할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얘기를 듣고 보니 임금삭감과 반납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반납보다는 삭감이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임금삭감의 경우 퇴직금 산정 때 삭감 이후 임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퇴직금이 줄어든다. 하지만 반납 때는 퇴직금이 반납 이전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므로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또 차기연도 임금인상을 결정할 때 임금삭감은 삭감 이후 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반납은 반납 이전의 임금을 기준으로 삼는다. 고통분담 참여도로 보면 임금삭감이 임금반납보다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공무원들에게는 임금반납의 형식을 취하면서 공기업이나 금융권에는 임금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그 속내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공기업과 금융권이 다른 업종에 비해 고임금 구조라며 임금삭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지적처럼 공기업과 금융권이 고임금을 받는 것은 사실이니 당연할 조치일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 측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지 왜 편법을 쓰느냐는 이들 기관의 반론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불신을 산다면 오히려 국민들의 의구심만 키우는 꼴이 된다.
심지어 공무원들 사이에 임금반납을 자율적으로 해야지 동의도 없이 먼저 발표하고 따라오는 게 어디 있느냐는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아무리 명분이 타당해도 그 시행과정에 다른 속내가 있다면 국민들은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외면만 받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