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킬링타임용으로 꽉 차 있다. 자칭 '예능인'들이 전달하는 웃음만 즐기면 된다. 뭐 하나 교훈을 얻기 어려운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즘 화제의 인물이 등장했다. 박칼린씨다. '남자의 자격'에서 합장단을 지휘하는 그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칼린쌤'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이 그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은 신장투석 환자로 그가 보여준 열정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칼린쌤'의 리더십이다. 때론 엄한 질책과 칭찬을 섞어가며 합창단을 지휘한다. 이런 그 앞에서는 스타들도 조연이 되고, 합창단원의 한 일원이 된다. 스타라고 튀는 모습을 보이면 바로 질책이 이어진다.
특히 두 명의 솔리스트를 다그치면서 목적하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그가 선사하는 리더십의 압권 가운데 하나다. 한 리더십 전문가는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리더십이었다"며 "어느 조직에서든 배우고 써볼 만한 리더십을 끊임없이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박칼린 열풍은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존경받을 만한 리더십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대한 목마름이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그에 대한 감동과 존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의 부재가 크게는 국가, 작게는 기업의 흥망성쇠로 연결된 사례를 동서고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을 때 그에게 기대했던 것도 다름 아닌 '이건희 리더십'이었다.
문제는 리더십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머물면 아무리 뛰어난 통솔력도 '구시대적 리더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독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 정치권이다. 기업과 기업인 위에서 군림하면서 통솔해야 한다는 잘못된 사고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수십년째 기업인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이번 국감에도 수많은 기업인들이 죄인 아닌 죄인으로 서게 된다. 한 누리꾼이 이 같은 현실을 아파하며 '박칼린의 리더십은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하며 던진 충고를 정치권이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