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7월 29일] 오바마의 '모순된 베를린 연설'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은 60년 전 구소련의 베를린 봉쇄에 맞선 시민들 용기가 대단했다며 베를린에서의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던 베를린 시민들의 열정을 찬양했다. 이는 오바마 의원이 이라크인들에게 전한 메시지와는 상반된다. 그는 똑같이 외부에서 공격을 받았으며 미군의 보호 아래 있는 이라크인들에게는 “자유를 포기하라”고 말해왔다. 오바마 의원은 지난해 이라크 주둔 미군 증가를 반대했다. 하지만 이라크에 미군이 늘어남으로써 현지 환경은 더 나아졌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에 공수부대를 보내 베를린 시민들을 도왔던 것과 마찬가지다. 미군 증강으로 이라크에 있는 미국인들의 신변도 더욱 안전해졌다. 오바마 의원도 무의식적으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면서 방탄복을 입지 않았다.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은 “최근 미군 항공기에 대한 공격이 현저히 줄어들어 방탄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의원은 미군의 이라크 철수 시한을 정해둘 필요가 없다는 페트레이어스 사령관의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은 이라크전쟁을 개시할 당시 더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에릭 신세키 전 육군 참모총장의 말을 무시했다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오바마 의원이 똑같이 군사적 충고를 무시한다면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미얀마 반정부인사, 이란 블로거, 짐바브웨 투표권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겠다”고 한 그의 말과도 어긋난다. 수많은 군중이 광장에 모여 성조기를 불태우지 않고 흔드는 광경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지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연설했던 당시에는 10만여명의 독일인이 몰려 시위를 하는 바람에 경찰이 최루탄과 살수차를 동원해야 했었다. 이때 레이건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에게 “베를린 장벽을 허물라”고 촉구했다. 독일 언론은 레이건의 연설을 ‘선동적’이라고 폄하했다. 하지만 2년 만에 베를린 장벽 붕괴는 현실이 됐다. 이는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능력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오바마 의원은 해외 순방을 통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바마 의원이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하면 11월 대선에서의 승리도 쉽지 않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