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가자! 소재강국으로] <3> 국내 소재산업의 현주소

소재 기술력 선진국 60% 수준에 그쳐<br>매출대비 R&D투자 2%로 기술 개발은 뒷전<br>고부가 소재 日의존, 저부가품은 中에 밀려<br>업체 90%가 영세…대기업·정부 투자 늘려야



“고부가가치 소재는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저부가가치 소재는 중국에게 밀리는 형편입니다. 넛크래커 속 호두 신세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박화영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세라믹ㆍ고분자와 함께 대표적인 소재로 꼽히는 금속 소재부분 기술력에 대한 진단이다. 포스코 덕에 기술력이 낫다고 하는 철강 소재가 그나마 선진국 기술수준의 80%정도일뿐 신소재 등 대부분의 소재 기술력은 60%수준. 철강도 고부가가치 부문을 살펴보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강도 강판은 중국과 3년 정도의 기술격차밖에 없지만, 공구강ㆍ특수용도강 등 고부가가치 철강 분야는 일본에 7년 이상 뒤쳐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완제품에서 소재부품 중심으로 바뀌면서 소재가 생산원가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압축성장으로 원천 기술 개발 외면= 국내 소재 산업이 외국에서 개발된 소재를 베끼고, 완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양적 생산 위주로 꾸려지게 된 데는 국가 경제의 압축 성장 과정이 자리한다. 압축 성장을 하다보니 산업의 역사가 짧고 국내 기업들도 당장 투자회수가 빠른 제품화 기술 개발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기초 소재 수입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왔다. 지난 2003년 기준 금속소재와 화학소재의 수입규모는 각각 132억 달러와 103억 달러. 지난 90년과 비교하면 각각 274%, 192%나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국내 금속소재와 화학소재의 지난 1997~2002년 기간 동안 생산성증가율은 외국기업의 국내 진입으로 자체 산업 기반이 약화되며 1992~1997년 대비 각각 20%, 40% 줄었다.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 경쟁력도 낮아지고 있는 것. 이재홍 한국화학연구원 연구단장은 “소재 산업이 완제품 조립 중심의 저 부가가치구조로 가다보니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산업도 덩달아 낙후돼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은 선진국의 60%수준, 소재 기업 영세화가 문제= 전문가들이 보는 국내 소재 개발 기술력은 선진국의 60%수준. 전자나 반도체가 그나마 70%, 66%선이고, 항공기(50%)ㆍ자동차(50%)ㆍ플라즈마(35%)는 더 떨어져있다. 연구개발분야 투자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전세계 굴지의 화학 소재 기업의 지난 2003년 기준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투자 비중을 보면 ▦독일 바이엘(Bayer) 8.5% ▦미국 듀폰(DuPont) 5.0%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 4.8% 등이지만,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투자는 평균 2%이하다. 이 같은 격차에는 국내 소재 기업의 영세성이 한 몫 한다. 작은 기업이 먼 미래를 바라보고 R&D(연구개발)에 힘쓰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까닭이다. 국내 소재 기업 가운데 50인 이하의 영세 기업은 89.5%나 된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은 “국내 소재 산업이 아직까지 100억원 이내의 영세기업 위주로 구성돼 기반 자체가 취약하다”며 “수요기업인 대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유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참여 높이고, 정부도 소재 투자 늘려야=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대비 2.3%수준인 2,300억원을 R&D 투자로 집행했으며, 연구개발 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장성훈 LG화학 기술전략담당 수석부장은 “자본집약적인 소재 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 투자ㆍ원자재 비용 절감ㆍ분업에 의한 전문화 등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으로서는 힘들다”며 “최근 대기업들이 소재 차별화를 바탕으로 연관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기술연구소 소장은 “5년전만하더라도 미래 투자는 등한시한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요를 창출하는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부품 중심의 기술개발자금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2004년 기준 산자부 기술개발자금(7,047억원)에서 소재 분야에 지원된 자금 비중은 12.5%(881억원)에 불과한 실정. 우수 연구원 육성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주도로 지난 76년에 설립한 화학연구원의 경우 1년에 3번정도 연구원 채용 공고를 내지만 마땅한 인재를 구하기가 어렵다. 이는 정부 산하 연구 기관이라면 똑같이 겪고 있는 고충이다. 보수 등 처우가 민간 기업보다 열악하기 때문이다. 연구인력의 자질이 떨어지니 원천기술 개발보다는 성과를 보여주기 쉬운 단순 공정 개선 등 단기 프로젝트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