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스터社, 위법 판결 의미
사이버 공간에도 '저작권' 그물망
사이버 공간에도 '저작권보호'라는 법률의 촘촘한 그물망이 처지게 됐다.
미 연방항소법원이 12일 인터넷상에서 음악파일 교환을 중개해주는 냅스터사의 서비스를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틀 하나가 마련되게 됐다.
이번 판결로 음악은 물론 영화, 출판 등 디지털 복제가 가능한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조치들이 뒤따를 전망이다.
냅스터측은 이날 항소방침을 명확히 했지만 이는 오는 6~7월중 유료 서비스 실시를 계획하고 있는 회사측의 시간 및 명분 쌓기로 해석된다. 연방지법의 구체적인 제재방안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현재의 서비스는 지속되겠지만 냅스터는 수개월 안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작권 보호 책임소재 정해
판결문은 이용자들이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명백함에도 이를 예방 및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저작권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자신들은 음악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만 제공했을 뿐 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냅스터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연방항소법원 제9순회법원의 판사 3인은 냅스터측이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충분한 제보를 받았고 ▦자사 시스템에서 불법 파일들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불법 행위를 예방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저작권이 명확한 음악파일들에 대한 다운로드를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익명성을 무기로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벌이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프랑스 법원이 나치관련 상품의 경매를 주선한 야후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료서비스로 자리잡을 듯
불과 2년도 안돼 세계적으로 5,0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평균접속자수가 수십만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냅스터는 회원제 유료 사이트로 변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너뮤직, EMI 등 음반회사들과 법정 밖에서 화해하지 못할 경우 이 회사는 수십억 달러 이상의 피해보상금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도 중단되는 마당에 이런 엄청난 돈을 냅스터가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냅스터는 지난해 베텔스만, 올해 에델 뮤직 등과 회원제 서비스 제휴를 맺었듯 나머지 음반회사들과도 적극적으로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반회사들 역시 소송을 지속해 '시대착오적이고 탐욕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느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회원제 유료 서비스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냅스터처럼 중앙에 통제센터를 두지 않고 이 기능을 전세계 수많은 서버에 분산시킨 '그누텔라', '프리넷' 등의 경우에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 무료 파일교환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음반업체들은 수많은 산 가운데 단지 하나만 넘은 셈이다.
김호정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