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주택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부의 집값안정 정책에 협력하기로 함에 따라 그 동안 고공행진을 보이던 분양가가 내려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현대산업개발ㆍ삼성물산건설부문ㆍGS건설ㆍ대림산업 등 국내 주택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주택업체 들의 권익단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협회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이들 메이저 주택업체들의 합의 사항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건설부문ㆍ현대산업개발 등 각 주택업체 들은 20일부터 신규 분양아파트의 분양가를 조정하기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일반분양 분의 분양가를 조정하기 위해 조만간 사업주체인 조합과의 협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이 당초 예상 수위를 넘어서면서 업계 내부에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무 부처인 건교부가“건설 경기 회복을 포기하더라도 강남 집값만은 잡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국세청까지 가세해 지나치게 분양가를 높이는 업체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방침까지 밝히고 나서는 등 범 정부 차원의 압박이 업계를 뒤로 물러서게 만든 것. 한편 재건축ㆍ재개발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동시분양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4차 때 평당 980만원이었던 분양가가 9차때는 1,084만원으로 뛰었고 5월초로 예정된 올 4차동시분양아파트의 평당 평균가가 1,256만원까지 올라갔다. ◇분양가 인하 움직임 가시회= 협회의 이번 결정 이전에도 이미 개별 업체 차원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압박을 의식, 내부적으로 분양가 재조정 작업을 해왔다. 최근 아파트 분양가 상승행진을 주도해 왔다는 비판에 직면한 삼성물산건설부문의 경우 내부적으로 그 동안 유지해 왔던‘고(高)가격’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삼성은 5월초 분양 예정인 서울 양천구 목동 주상복합‘트라팰리스’에 대해 사업주측과 협의해 분양가를 재조정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승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이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신규 분양 예정아파트의 분양가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협회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따를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조만간 신규 분양 예정 아파트에 대해 전면적인 분양가 재검토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또 다른 주택업체 관계자도 “정부가 이미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나선 만큼 지금으로서는 정부 정책을 따르는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집값 안정 효과는 미지수= 업계가 아파트 분양가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섬에 따라 자율화 이후 멈출 줄 모르던 아파트 분양가도 일단 한 풀 꺾일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의 분양가 조정 방침이 직접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단순 시공사인 주택업체들이 당장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분양가를 인하할 경우 오히려 수요자들의 내집마련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낮아진 분양가만큼 시세차익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 자칫 청약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주택업계가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의 기대심리를 높이는데 책임이 있는 것만은 부인하기 힘들다” 며“하지만 분양가 인하가 가져올 역효과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