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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미술(K- Art)이 K팝과 닮은꼴 전략을 펼치며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신한류를 주도하는 K팝의 성공 비결은 콘텐츠 경쟁력과 SNS 등 소통수단 활용 외에 현지화와 국제적 인프라 활용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한국미술의 국제 진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직접 교류 현지화, 한ㆍ독 프로젝트= 원더걸스는 한국에서 데뷔한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조나스 브라더스'와 투어콘서트를 함께 하며 얼굴을 알리는 현지화 전략을 폈다. 또한 SM, YG 등 기획사들이 일본의 에이벡스, 미국의 인터스코프 등 현지 유력음반사와 손잡고 K팝을 체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펼쳤다. 이와 유사하게, 미술계에서는 한국과 독일이 미술교류를 협업하는 신개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년짜리 프로젝트 '트란스페어(Transfer), 대한민국-NRW 2011~2013'에는 작가뿐만 아니라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할 국립현대미술관ㆍ아르코미술관ㆍ대안공간 루프 등과 독일의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ㆍ본 미술관ㆍ오스트하우스 미술관 하겐 등의 미술기관, 그리고 비평가들까지 참여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 참여자는 140여명 후보작가 중 한국에선 김기라ㆍ나현ㆍ원성원ㆍ이수경ㆍ정승ㆍ정연두 등 7명씩 양국 14명이 뽑혔다. 한국작가들은 올 8~10월 독일에 체류하며 현지 미술계와 교류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내년 10월부터 2013년까지 순회 전시가 열려 한국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독일 엔에르베 문화사업국 크리스티안 에쉬 디렉터는 "앞으로도 양국 미술인들이 다양한 접촉과 교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네트워크 적극 활용=지난해 K팝의 '유럽강타'에는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접한 현지팬들의 힘이 컸지만 그 뒤에는 조직적인 팬클럽을 결성하는 데 기여한 한국계 지지자들이 있었다. 또한 먼저 성공한 K팝스타들이 후배의 진출을 지원하기도 한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였던 한국계 큐레이터 주은지씨는 뉴욕 뉴뮤지엄에 재직 중이다. 주 씨는 지난달 15일 개막한 젊은 작가 발굴 목적의 트리엔날레(3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예술행사) '다스릴 수 없는 자들'에서 총괄ㆍ기획을 맡았고 양혜규 작가도 추진위원회에 있었다. 전세계에 50명의 작가 가운데 한국인으로는 박보나씨가 유일하게 뽑혀, 전시에 관여하는 다양한 미술계 인력을 조망하는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현지 기반이 탄탄한 한국 큐레이터의 활약과 '멘토'격인 선배작가 양혜규의 후원, 신성(新星) 박보나의 역량이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미술계 인력의 한류주도 전시로는 박종필 교수가 기획해 미국 콜로라도대학미술관에서 5월12일까지 열리는 '키핑 잇 리얼(Keeping it Real)' 전이 있다. 영국 국립 테이트갤러리의 이숙경,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의 김현정,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정도련 등도 큐레이터로 활약 중이다. 연강재단 두산갤러리 뉴욕의 김종호 디렉터는 "미술은 대중문화보다 문화적 속성이 더 강하므로 미술관과 갤러리, 미술시장의 탄탄한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한국미술을 선보일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