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율 올리면 되레 세수 주는 '법인세의 역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법인세 역시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증세 관련 발언의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치권뿐 아니라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측은 이명박 정부 당시 25%에서 22%로 인하한 세율을 환원시키자는 입장인 반면 다른 측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을 옥죄고 종국적으로는 국가 경제 전체로도 마이너스라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우려가 있는 법인세 인상에 반대한다. 법인세 인상으로는 세수증대 효과가 없을뿐더러 되레 기업 경영과 경제활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법인세율과 법인세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수는 오히려 경제성장과 양(+)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영국·독일·캐나다 등 선진국들도 우리와 유사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인세 세율을 올리더라도 국가 재정에 도움을 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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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상은 우리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008년 이후 법인세율을 내린 나라는 13곳인 반면 올린 곳은 경제위기로 재정이 어려워진 그리스·멕시코 등 4곳뿐이다. 지난 세기말 이후 세계 각국이 추진해온 이른바 '조세경쟁(tax competition)' 정책 흐름의 연장선이다. 기업 경영에서 국가 간 장벽이 무의미해지며 각국이 법인세 인하 등 세제혜택을 줘 경쟁적으로 기업유치에 나서고 있는 판이다. 미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세율이 높다지만 이들은 모든 기업이 진입을 위해 애쓰는 거대시장이다. 해외투자를 끌어들이려는 한국·대만·싱가포르와의 수평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 주장은 선후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돼 있다.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이 지난해만도 11조원의 세수결손을 초래하는 등 문제를 야기했다면 지출구조인 무상복지 정책 전반을 먼저 손보는 것이 제대로 된 수순이다. 세금에 성역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이면 복지 구조조정에 성역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와 정치권은 세금은 더 걷는 것이 아니라 더 걷히게 하는 것이라는 재정학의 단순한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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