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폴 햄의 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금메달과 세계체조의 주도권을 맞바꾼 셈이 됐다.
이보선 대한체조협회 전무는 아테네올림픽에서 양태영의 개인종합 연기의 오심을 `총괄'했던 평행봉 주심 조지 벡스테드(미국)가 24일(한국시간) 터키에서 막을 내린 국제체조연맹(FIG) 총회에서 남자 기계체조 기술위원에 당선되지 못했다고 알려왔다.
이 전무는 이날 "벡스테드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데도 불구하고 기술위원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고 재선을 노렸지만 97개국 연맹의 대표들이 이를 방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자 기계체조 기술위원은 신기술 발표, 규정개정, 규정의 유권해석 등 모든 것을 쥐락펴락 하는 요직으로, 기술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위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벡스테드가 기술위원으로 재직하는 지난 4년 동안 미국은 세계선수권 남자 개인종합(폴 햄), 사상 첫 올림픽 남녀 개인종합(폴 햄, 칼리 패터슨) 타이틀을 가져가는 등 체조 황금기를 구가했다.
미국은 패터슨이 스베틀라나 호르키나(러시아)를 제치고 개인종합에서 우승한뒤 `체조 우승은 실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는 등 노골적인 비난을 들어왔고 폴 햄은 오심 사태에 휘말렸다.
체조 관계자는 벡스테드의 낙선에 대해 "심판으로서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것을 의심케 하는 오심을 저지르고도 금메달을 지킨 미국에 대한 세계체조계의 응징"이라며 "양태영이 법정에서는 챔피언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세계체조계에서는 챔피언으로 통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단독출마해 회장에 재선된 브루노 그란디는 평의원으로 당선된 이보선 전무에게 사석에서 양태영이 금메달을 회복하지 못한 데 대해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알려졌다.
남자 기계체조 기술위원장에는 아드리안 스토이카(루마니아)가 재선됐고 부위원장에는 이스트반 카락소니(헝가리), 기술위원에는 사와오 가토(일본), 훌리오 마르코스(스페인), 한국 여자체조 대표선수였던 허소영씨와 결혼한 후앙리핑(중국), 훈크 시그피리트(독일), 엔리케 살라니트로(아르헨티나)가 당선됐다.
한편 양태영 오심사태로 명기될 필요성이 제기된 이의제기 절차에 관한 조항은예정대로 삽입됐고 그란디 회장의 `10점 만점제를 폐지해 고난도 기술을 장려하자'는 제안은 선수들을 혹사할 소지가 있다는 점 때문에 도입에 이견을 보이다 보류됐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