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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3월 17일] 주주가치 극대화의 종말

파이낸셜타임스 3월 16일자

최근의 경제위기는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기업경영의 트렌드를 퇴색시키고 있다. 약 25년 전 주주가치 최대화를 주창했던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조차도 지난주 “주주가치 극대화는 세계에서 가장 바보 같은 발상”이라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은 ‘수익’을 얻음으로써 보상 받는다. 이때 수익은 결국 기업의 주인들에게 돌아가므로 주주들이 이익을 나눠 가지려면 기업이 효율적으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이러한 경제 모델은 지난 20세기 상반기에 폭발적인 기업성장을 이끌었으며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따라 주주가치 극대화를 아예 경영 최고 목표로 끌어올리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혹자는 CEO가 단기간일지라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몰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인과관계를 혼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품의 질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을 기쁘게 해야 수익과 주가상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가 보여주듯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안정적인 수익 확보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게다가 주주가치 극대화 이론은 주가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지난 십년간 목격했듯 거품이 낀 증시에서는 양떼처럼 몰려다니기만 하면 이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껏 부풀어오른 거품이 꺼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잃는다. 행복 같은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처럼 주주가치 극대화는 그 자체를 추구한다고 해서 얻어지지 않는다. 훌륭한 경영이란 사업가ㆍ근로자ㆍ소비자 사이의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신뢰관계란 다음 분기 수익률보다는 더 무거운 주제를 매개로 맺어진다. 신뢰지향의 경영은 각 경제주체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슬기롭게 활용할 것인지 제시해줄 뿐이다. 경영인들은 좋은 상품을 통해 고객 및 주주들과 신뢰 관계를 굳혀야 한다. 투자자들도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모두의 이익을 위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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