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추진 중인 유급휴직제 도입은 사무직 사원들에게 사실상 ‘고통 분담’을 요구한 것이다. 이 유급휴직제가 진행되는 동안 쌍용차 직원들 중 일부는 상당한 노동강도에 시달려야 하고 다른 일부는 부족한 임금으로 일 없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비교적 순항 중인 수출실적에 유리한 환율 등 다른 업종에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덜한 곳으로 비쳐지는 자동차업계에서 이처럼 강도 높은 ‘혹한기 경영’이 시작된 배경은 무엇일까. 바로 최근의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축 등에 따른 전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요 감소가 언제쯤 해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짙어진 탓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는 최근 올해 미국 자동차 판매규모가 1,4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15년래 최저 실적. 또 JD파워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오는 2010년 이후에나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유럽시장에서도 지난 9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8.2% 감소한 130만4,000여대에 그치는 등 불황의 징후가 뚜렷하다. 두자릿수의 성장세를 달리던 인도ㆍ러시아ㆍ중국 등 신흥시장의 판매량도 최근 2~3개월 전부터 크게 줄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 공장 생산량을 크게 줄여야 하는 심각한 징후는 없지만 최근과 같은 글로벌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쌍용차에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시기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같은 대형차 중심의 쌍용차가 내수 및 해외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여름 노조파업 여파로 쌓인 주문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국내 공장 가동률을 4ㆍ4분기에 120%까지 높인다고 했지만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4ㆍ4분기에 부분 생산중단을 통해 생산량을 당초 목표보다 1만5,000대가량 줄이기로 했다. 기아차 역시 팔리지 않는 SUV 대신 소형차 생산을 늘이기 위해 카니발 생산라인에 프라이드를 투입하는 등 라인 조정을 검토 중이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로 수요가 증가한 중소형차 증산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GM대우는 이달 들어 부평2공장(윈스톰ㆍ라세티 생산)과 군산(토스카) 공장의 주말 특근이 모두 취소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전 공장을 풀가동했지만 이달 들어 주문물량이 다소 줄면서 특근을 하지 못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비상경영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그 강도가 더욱 커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