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진화하는 은행, 변신하는 지점] <상> 시간과 영역이 무너진다

여수신 기능 묶고… 커뮤니티 도입하고… 은행들 효율화 전쟁

씨티은행이 구상하고 있는 차세대 점포 이미지. 기존에 고객들을 상대하던 창구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고객과 은행 직원이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창구로 바꾸고 VIP 고객을 위해서는 보다 고급스럽고 안락한 상담실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진제공=씨티은행

씨티은행이 구상하고 있는 차세대 점포 이미지. 기존에 고객들을 상대하던 창구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고객과 은행 직원이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창구로 바꾸고 VIP 고객을 위해서는 보다 고급스럽고 안락한 상담실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진제공=씨티은행

인터넷銀 등장 등 영업환경 급변… 지점 경쟁력 높이기 '발등의 불'로

국민銀 가계금융 원스톱 처리… 신한銀 '통합지점' 3곳 시범운영


성과 따라 내년초 전지점 확대

VIP전용 급행창구 등도 생길듯

은행 지점의 변신은 결코 외국계 은행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많게는 1,000개가 넘는 지점을 보유한 국내 대형 은행들에 지점 효율화는 오히려 절박한 숙제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점점 추락하는 상황에서 지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쓰지 않으면 결코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 다양한 경쟁자의 출몰까지 예정된 상황인 만큼 지점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기존 은행의 고객은 점점 이탈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공룡' KB국민은행도 이 같은 차원에서 최근 대대적인 지점 혁신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 지점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십년간 분리해 운영했던 여신(대출)과 수신(예·적금 등) 기능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지점의 중앙 창구에서 다수의 여직원이 입출금 및 수신만 담당하고 고객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전용 대출 창구로 이동해야 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 수신계 직원들이 가계대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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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은 현재 70여 개 지점에 파일럿 형태로 이 같은 가계금융 원스톱 업무 방식을 도입했으며 내년부터는 전국 모든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미 이 같은 원스톱 뱅킹 시스템을 도입한 지 오래다. 신한은행 지점은 크게 VIP라운지와 상담 창구, 빠른 창구로 나눠져 있는데 상담창구에서는 입출금 및 예·적금 가계대출까지 모두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은행 직원들은 한꺼번에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해 고단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더욱 편리하다.

지점 내부의 변신과 함께 은행들이 공을 들이는 것은 지점과 지점 간의 역학 관계를 재편하는 것이다. 기존에 같은 은행 안에서도 경쟁 관계였던 지점 대 지점의 관계를 바꿔 일정 권역에서 몇 개의 지점을 묶는 클러스터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통합 지점 개념인 일명 '커뮤니티'를 도입, 지난 7월부터 서울 가락동과 경기 분당, 대전 등 3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인근 지점 10~12개를 하나의 지점 단위로 묶은 것으로 인력 교차 투입과 함께 성과 평가 역시 지점이 아닌 커뮤니티 단위로 받게 된다. 이 같은 형태의 점포 활용 실험은 개별 지점 중심 영업이 지나친 실적 경쟁으로 이어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은행 중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점을 커뮤니티 단위로 개편하면 그 속에서 점포 간 협업 관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며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내년 초 전 지점으로 일제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점을 일반·기업·가계·자산·기업자산 등 5개 유형으로 나누고 허브 지점을 통해 지점 간 시너지를 높이는 전략을 펼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각 지점의 특화된 전문성을 일단 강화한 뒤 비슷한 권역에 기업형과 자산형 지점이 위치해 있다면 기업 고객은 기업형 지점에 위탁하고 기업의 임원 등 자산가들은 자산형 지점에 서로 위탁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높일 수도 있다"며 "지점들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해 영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허브앤드스포크(Hub & Spoke) 운영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와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VIP전용 급행 창구' 등 다양한 방식의 지점 변신도 구상하고 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중국이나 홍콩 등의 지역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 자산을 지닌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문과 창구를 개설해놓는 등 한 지점 내에서 창구 형태가 다양하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 문화 때문에 도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차차 많은 부분이 바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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