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지난 50년 동안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가 정신 덕분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지난 196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1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최대 빈국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제품이 100여개에 이르고 특히 조선•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한 배경에는 도전과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대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교수도 전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나라로 한국을 꼽았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감한 도전을 강행하는 기업가가 사라지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장기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창업활동도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1987~1996년 연평균 설비투자증가율은 13.1%였으나 1998~2007년의 경우 2.6%로 급락했다. 창업투자사 등록현황을 살펴보면 2002년 128개사에서 2008년 97개사로 줄었다. 한국은행의 기업가 정신 지수는 1999년 41.9에서 2005년 4.5로 추락했다. 제조업 사업체 수 증감률, 실질 설비투자 증감률, 실질 GDP 증감률 등을 감안해 만들어진 이 지수는 벤처 창업붐이 일던 1999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6년 만에 10분의1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가 정신이 퇴조한 것은 사업 실패시 기업가가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위험)가 커지면서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영미식 자본주의, 영미식 지배구조'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오너의 진두지휘 아래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감한 의사결정이 이뤄졌지만 전문경영인들은 위험을 회피하면서 눈치만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하나의 원동력을 잃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1990년대 이래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캐나다보다 경제성장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았던 원인도 기업가 정신이 결여됐기 때문이며 한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다면 한국의 경제성장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가 정신 퇴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으로는 기업인의 자긍심을 살리는 환경을 조성하고 경영상 의사결정에 대한 지나친 책임 요구가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 지배구조 역시 영미식 지배구조를 일방적으로 추종하기보다는 시장의 선택을 존중해 기업 스스로 소유경영이나 전문경영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