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건축의 정치 경제학/박응격 한양대 행정학 교수(시론)

○전세값 상승 부추겨최근 서울시는 잠실 반포 등 약 1백여만평에 이르는 5개 저밀도 아파트 지구를 헐고 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허용했다. 또한 이번에는 강남구가 지은지 15년밖에 안된 10∼12층 아파트를 헐고 26층 고층아파트를 짓도록 두 지구의 재건축조합 설립을 인가했다고 한다. 관계규정에는 재건축은 지은지 20년 이상이고 안전에 문제가 있을때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원래 이러한 비현실적인 규정이 서울시에 생긴 것은 60년대 말에 지은 서울시의 시민아파트가 총체적인 부실공사로 인해서 와우아파트가 무너진후 이같은 아파트 붕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때문 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선례가 되어서 서울시의 저층 아파트도 주민이 원할 경우에는 안전에는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을 허용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게 되어서 국가적인 자원낭비는 물론 환경, 교통, 에너지수급, 전세값 폭등, 과소비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한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시에 재건축으로 인해서 수만가구가 전셋집을 구할 경우, 전세값 폭등으로 인해서 물가를 자극하고, 주거생활의 안정을 크게 훼손시키게 될 것이다. 둘째, 대규모 재건축으로 인한 건축자재의 품귀 또는 인력난으로 인한 경부고속전철, 인천국제공항건설, 항만건설 등 산적한 국책사업의 추진에도 주름살이 갈 것은 뻔한 이치다. 셋째, 재건축으로 인한 수백만톤에 이르는 폐자재로 인한 환경파괴는 재건축으로 인한 편익보다는 그 손실이 엄청나다. ○사라지는 서민아파트 넷째, 수만가구에 이르는 소형아파트가 사라지고 거기에 중형·대형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소형아파트에 대한 수급에 차질이 와서 소형아파트의 가격폭등이 예상된다. 다섯째, 지금 우리의 에너지수급은 전력의 예비율이 하절기에는 5% 미만에도 못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수십만가구에 이르는 재건축으로 인한 전력난은 물론 수자원 공급에 차질이 올 것이다. 여섯째, 고밀도 아파트로의 인구집중으로 서울의 교통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서울시와 관련구청은 아파트의 대규모 재건축을 허용하는가. 그 해답은 간단하다. 민선자치 단체장은 유권자인 재건축 대상의 소유주인 유권자의 민원을 수용함으로써 지지기반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지기반을 위해서라면 대규모재건축으로 인해서 60% 이상에 이르는 세입자의 지지기반을 상실하는 우를 범하게 됨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고 20년 가까이 아파트단지를 서울시나 구청의 입장에서 그대로 방치하여 슬럼화시킬 수는 없다. 안전도 검사를 보다 철저히, 과학적으로 해 안전도에 문제가 있는 단지는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허용하되, 가급적 배관 및 내부시설을 새롭게 시공하고, 특히 연탄난방 등을 지역난방이나 가스난방으로 교체하여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과 같이 중·대형아파트 단지가 갖지 못하는 세제상의 혜택이나 탁아시설, 문화시설 등 도시서비스 기능을 강화, 소형아파트단지가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기예방책 세워야 그렇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 정부는 수도서울의 인구집중을 이유로 아직도 서울소재 대학 입학생의 증원을 억제하고 있다. 서울에서 이와같은 대규모 아파트의 재건축사업이 인구집중을 가속화시킬 요인에 대해서 정부당국은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지방자치 시대에 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의 권한 위임에 의하여 취해진 대규모 재건축사업을 취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건축으로 인한 개인의 개발이익과 교통난, 에너지, 환경문제, 수자원공급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따른 사회적인 비용을 적정수준에서 조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정부는 강구할 수 있다. 또한 국민주택규모 이상의 중·대형아파트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재산세의 누진율을 높여감으로써 자신의 소득규모에 알맞는 아파트를 선호하도록 조세정책을 강구, 중·대형아파트의 투기화를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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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응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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