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15일] 앞치마를 두르는 기업들

지난 추석 즈음에 필자는 직원들과 서울의 한 다문화복지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그날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 중 하나인 '다문화'의 현장에서 피부색만 다른 한국인들과 송편도 빚어보고 이야기도 나눴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는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이 분들의 작은 행동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우리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돼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봉사'라는 것은 일방통행이 아닌, 나도 행복해지고 남도 행복해지는 상호작용이다. 비록 필자도 일상에 쫓겨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지만 일 년에 몇 차례 어려운 이웃을 찾을 때면 사람 사는 맛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미국 미시간대의 연구진이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들을 잘 도와주지 않는 노인의 사망률이 잘 돕는 노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남을 도움으로써 몸에 이로운 호르몬 분비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혈연과 가족에 연연했던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자원봉사 문화가 확산되는 것도 돕는 자의 행복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자원봉사의 확산에는 기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주요 200개 기업의 경우 임직원들의 71%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회사 임직원들이 15년 넘게 소년소녀 가장을 지원하고 지원을 받던 소년소녀 가장이 그 회사에 취업해 다시 봉사활동을 펼친다는 훈훈한 얘기도 들린다. 많은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우수자에 대해서는 포상해 그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게다가 CEO가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를 버무리거나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을 보면 '자원봉사'가 하나의 기업문화로 정착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지 제고를 위한 봉사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어려운 곳을 돌봐야 한다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진정 어린 봉사이기에 기업의 사회봉사가 사회를 더 밝고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자원봉사에 나서는 사람들이 느는 것만큼 봉사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퇴직임원들이 무료로 어려운 중소기업에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봉사도 있다. 일종의 프로보노(probonoㆍ 재능기부)인 이러한 전문 봉사형태를 접하면서 우리의 자원봉사도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해지는 더욱 다양한 봉사활동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