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 캐리 쇼크 가능성에 주목해야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도 덩달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로 인한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지난 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급락한데 이어 인도ㆍ러시아 등 이머징 마켓 증시가 폭락함으로써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한층 가중됐다. 안팎악재로 시달리는 국내 증시로서는 이머징 마켓 시장의 동향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인도 증시는 엊그제 장 중 10%이상 떨어져 한때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으며 러시아 증시도 9%이상 급락했다. 브라질 등 남미도 마찬가지이며 중국 증시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주가급락 역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상 가능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이들 증시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 특히 '엔 캐리 트레이딩'의 청산여부가 주목된다.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딩은 이머징 마켓 증시의 활황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기회복에 따라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이 자금이 이머징 마켓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머징 마켓 증시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 불안정한 움직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늘어난 것이다.
엔 캐리 자금은 국내 증시에도 유입됐으며 최근의 외국인들의 매도 행진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경상수지 및 기업의 실적악화 등 잠시 고개를 들었던 경기가 다시 고개를 숙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까지 흔들린다면 우리경제는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세계금융시장의 동향을 더욱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이머징 마켓 증시의 폭락은 당장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적잖은 손실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해외투자 펀드가 크게 증가했으며 그 대부분이 인도ㆍ중국ㆍ러시아 등을 대상으로 한 펀드였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과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입력시간 : 2006/05/23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