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주주 견제할 기관투자자 역할 필요<br>사외이사 객관성ㆍ독립성 보장해야
| 라응찬(왼쪽 네번째)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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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의 대출 비리 의혹’과 관련,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방일 행보를 바라보는 일반의 시선이 따갑다.
이백순 행장은 신상훈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명분과 기세’를 따내려 불과 한달 사이 벌써 3번째 일본 주주들을 찾아나섰다.
이를 놓고 국내 리딩뱅크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재일교포지분(17%)’에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해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신한금융 사태는 ▦불법대출 및 배임의혹 ▦경영진간 파워게임 ▦정치권 음모 등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재일교포 주주를 등에 업은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의 장기집권도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나서야=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이다.
이들 재일교포 주주의 동의를 얻어내지 않고서는 신 사장 해임이 무위에 그치고,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신한지주 경영진들이 재일교포 주주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 모태가 된 신한은행을 설립한 원천이 바로 이들 재일교포 자금이며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재일교포들의 보호막 속에서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며 한국 금융회사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지배구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막강한 입김과 라 회장의 장기집권으로 소유와 경영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신한지주 사태로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LG경제연구소의 A위원은 “신한지주는 17%의 지분을 보유한 재일교포 자금이 지금까지 군림했다”며 “BNP파리바ㆍ국민연금관리공단ㆍ씨티은행 등 개별적으로 3~6%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의결권 행사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한지주 경영진이 주주들로부터 위임받은 책임과 소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뿔난’ 소액주주들=이번 신한금융 사태와 관련해 가장 속을 끓고 있는 당사자들은 소액주주다.
증권가에선 “최근 신한금융 경영진의 내홍으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당사자는 64.3%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이라며 “이들은 하지만 경영진과 재일교포 주주들의 결정만을 기다릴 뿐 자신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 소액주주는 시간이 흘러 신한금융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사이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3일간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은 1조4,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개인 투자자 황 모씨는 “사실 개국공신이라 할 수 있는 재일교포들의 지분은 인정해줘야 하지만 이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회사향방이 결정된다는 점은 신한지주의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촌평했다.
신한금융지주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한 펀드매니저도 “라응찬 회장에 대한 재일교포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안정된 경영권은 신한지주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었다”며 “하지만 이처럼 지배구조 문제가 노출되면 결국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독립성ㆍ전문성 높여야= 신한지주 사태는 단순한 형사법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 리스크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에서 가장 선호되었던 신한지주에 대해 투자의견 공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한지주의 지배구조와 이를 견제할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신한지주 사내이사와 재일교포 주주들의 의견만 통일되면 이들을 견제할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8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8명중 절반인 4명이 재일교포 주주들이다. 라응찬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 같은 경영지배구조 덕분이다.
‘주주자본주의’사회에서 주주들이 경영성과가 좋은 CEO를 연임시키는 것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가 독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채 특정집단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B교수는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지 않고 두 세력이 서로 뭉치게 되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신한지주도 사외이사를 객관적으로 구성하고,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