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형평성 상실"
● 재계 '정몽구 회장 구속' 비판"강정구 교수·他 기업인 불구속과 기준달라"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검찰이 경제계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구속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검찰 수사가 아예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구속 여부에 대한 검찰의 잣대가 명확한 기준을 갖지 못한 채 정치ㆍ사회분위기에 휩쓸려 오락가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회장의 경우 구속수사의 원칙과 달리 주거가 명확한데다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어 굳이 인신구속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인에 대해 오히려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앞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과 기아차 정의선 사장의 경우 주거가 명확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전혀 없으며, 대기업의 총수로서의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 볼때 도주할 염려가 없다"며 "이미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자료를 모두 확보한 상황에서 구속수사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영에 심대한 차질을 빚을 총수 구속을 강행하는 것은 경제상황을 너무 모르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불과 6개월전 검찰 내부의 반발을 불러오면서까지 인권존중을 위해 불구속수사 원칙을 강조했던 법무부가 180도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12일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6·25전쟁은 통일전쟁' 등의 발언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 의견을 반려하고 불구속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고 지적하고, "수사를 하는데 반드시 구속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을 천명했지 않았느냐"고 항변했다.
검찰이 최근 다른 재벌 비자금 사건에서도 그룹 총수의 경제적,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 인신구속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룹 일가 내부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돼 뚜렷한 물증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구속수사 방침을 견지했던 사실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부제보로 촉발된 현대차 수사의 경우 전격적이고 전면적인 압수수색에 이어 대규모 소환조사를 벌이면서 여러 차례 '총수 구속' 취지의 발언까지 흘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불구속' 수사원칙을 강조해온 검찰이 유독 현대차 사법처리에서 인신구속이란 초강수를 두는 것은 '현대차 죽이기'로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현대차의 최고경영자에 대해 구속처리를 감행할 경우 법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자칫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5에 진입하는 호기를 맞고 있는 현대차의 경영진을 구속해서 글로벌 경영에 공백이 생긴다면 국가경제에 이로울 게 무엇이냐"고 강하게 구속방침을 논박했다.
입력시간 : 2006/04/26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