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로 상징되는 3월의 첫날. 서울대가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특례입학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뉴스 가치로도 매우 신선했다. 그럼에도 적잖은 국민이 의아해하는 눈치다.
“아니 그 같은 제도가 이제껏 없었다는 얘기냐”는 반응이다. 너무도 지당한 제도와 발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 혈세가 담긴 국가 최고의 국립대학이기에 쏠린 시선이다. 이를 다룬 언론의 문제의식에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을 넘나드는 원망과 소회가 쏟아진다.
물론 소소한 일로 지나칠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잔상들 하나하나가 국가운영철학과도 직결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울컥하는 공분이다. 온갖 고난을 함께 헤치며 살아온 이 시대 국민이 느끼는 공통된 국민 감정이오, 정서임에 분명하다.
한때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뒤를 이어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제목의 영화가 국내 팬들에게 공전의 히트를 쳤다. 호국(護國)과 이념(理念)이라는 두 갈래 공통된 주제 속에서 피 끓는 형제애(兄弟愛)는 관객들의 가슴을 쥐어짜기에 충분했다.
작품이 현실을 벗어날 수 없듯이 오랜 외침(外侵)의 역사, 여기에 아직도 지구상 유일한 분단의 고도로 남은 우리민족에게는 오늘을 살아온 각자의 삶 자체가 모두 리얼리티한 인생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우리 모두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자 내 주변의 일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국내뿐만 아니라 만주, 북간도, 옌하이저우(沿海州), 사할린 등지에서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조국 강토에서 몰아내고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되찾기 위해 벌였던 무장·비무장 투쟁의 독립운동사는 청사(靑史)에 길이 빛을 밝히고 있다.
유관순ㆍ윤봉길ㆍ김좌진ㆍ현충사ㆍ독립기념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애국열사와 지사의 고귀한 가치를 담고 있는 ‘충절의 고장’ 충청도민과 도백으로 매년 3월을 맞는 감회와 긍지는 남다르다.
이제 개인의 권리에 앞서 국민적 도리(道理)만을 강조해왔던 유교 문화의 관습을 넘어 국가적 도리를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섬김의 리더십’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이제 막 출발선상에 올랐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우르는 선진화ㆍ실용화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국가유공자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궁극적인 배려 속에서 3월 하늘을 떳떳이 우러러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