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품 경매 회당 낙찰금 100억 시대

98년 900만원규모서 10년만에 1,000배 껑충<br>일반인들 참여율 높아 경매시장 저변 확대 불구<br>소수화가 작품값만 올려 '빈익빈 부익부' 지적도



미술품 경매 회당 낙찰 금액 100억원 시대가 열리며 시장 상황에도 변화가 따르고 있다. 지난 7일 K옥션의 3월 경매 낙찰 총액이 10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9일 서울옥션의 105회 경매에서도 총 123.7억원이 거래되면서 양사의 회당 낙찰 금액이 처음으로 100억원대를 넘어섰다. 100억원은 2004년 서울옥션의 연간 낙찰 총액과 맞먹는 금액으로 국내 경매사가 설립된 지 10년 만의 일(표 참조). 특히 지난 98년 서울옥션의 초기 경매 낙찰금액이 900만원 선으로 1,000만원이 안된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1,000배 이상 커진 것이다. 국내 경매 시장의 성장은 2005년 11월 K옥션이 문을 열고 양대 회사가 경쟁 체제에 돌입한 후부터 본격화됐다. 경매의 성장은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운다는 바람직한 면이 있지만, 소수 화가의 작품 가격만 크게 올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술시장 저변 확대 물꼬=90년대까지 미술은 몇몇 컬렉터와 화랑들에 의해 좌우됐으나, 작품가격 공개와 이벤트 성격이 짙은 경매 진행 과정은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고가의 일반 경매에서 불붙기 시작한 경매의 관심은 중저가 작품이 주를 이루는 비정기 경매와 온라인 경매로 확대, 일반인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추가, 컬렉터의 연령층을 낮춰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했다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근현대 미술이 고미술 제쳐=지난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은 2006년 2월 서울옥션에서 16억2,000만원에 낙찰된 17세기 도자기 ‘철화백자운룡문호’. 그러나 올들어 박수근ㆍ이중섭 등 이른바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 대표작이 선보이면서 근현대 미술이 고미술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는 출품되는 근현대 미술품의 수준에 따라 경매의 품격과 성패가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대 경매사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김미성 서울옥션 부장은 “박수근의 작품은 모두 800여점이 안되는 데 경매에서 그의 작품만 관심이 집중돼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며 “서울옥션은 작품을 더욱 다양화하는 등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명 작가 작품 화랑가 거래 끊겨=박수근ㆍ김환기ㆍ천경자ㆍ이대원 등 작고 작가들의 작품은 더 이상 화랑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경매에 출품하면 화랑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해 소장자들이 경매를 더 선호하기 때문. 이는 이중섭ㆍ변시지ㆍ도상봉 등 잇딴 위작 시비로 화랑에 대한 소장자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 큰 요인이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경매는 상위 1%만을 위한 시장이었던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며 “그러나 경매회사가 위탁판매 외에도 작품을 구입해서 판매하는 등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랑도 30년 후 박수근에 필적할 만한 작가를 지금부터 키우는 데 주력하는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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