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간 중국의 통화정책을 주도해온 저우샤오촨(사진) 중국 인민은행장(PBOC)이 다음달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부양보다 개혁에 중점을 둬온 저우 은행장이 교체될 경우 인민은행의 정책 기조도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에 대한 입장이 확고해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저우 행장을 다음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4차전체회의(18기 4중전회)에서 교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익명의 중국 관리를 인용, 보도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시 주석이 정부와 군, 그리고 공산당 요직에 자신의 측근을 대거 기용하고 인적쇄신을 하기 위해 인민은행장을 비롯한 광범위한 인사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저우 행장의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부양보다는 개혁에 방점을 둔 행보를 지속하고 있어 지도부 내 보수층이 그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 행장은 금리인하나 지급준비율 인하와 같은 광범위한 부양책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고 대신 은행에 단기 유동성 공급과 같은 제한적인 신용완화정책을 고수해왔다.
저우 행장은 금융시장 개혁을 놓고도 수시로 보수층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은 모두 예금금리 자율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컸다. 3월 저우 행장이 예금금리 자율화 시기를 '2년 후'로 못 박았다가 지도부 내 반발을 사 결국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인 적도 있다. 2002년 12월 임명된 후 2차례 연임에 성공한 장수 중앙은행장으로서 저우 행장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커진 것 역시 현 지도부에는 부담이다. WSJ는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연 7.5%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당국이 애쓰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개혁을 지금 해야 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지도부 내에서 제기돼왔다"고 전했다.
금융시장은 저우 행장이 교체되면 통화정책 기조가 보다 부양적으로 바뀔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코넬대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행장의 교체는 경기둔화 와중에 개혁진영과 보수진영 간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살짝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저우 행장이 물러나도 기존의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민은행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주 말 낸 성명에서 일부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히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궈슈칭(사진) 산둥성장(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도 금융시장 개혁에 대해 저우 행장과 비슷한 성향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니컬러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중앙은행은 중앙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지도부의 정책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도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교체과정에서의 불확실성 고조에 대한 우려도 크다. 중국 관리들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저우 행장의 교체가 중국의 금융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개혁에 대한 지도부의 의지에 의구심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