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1일 사회공헌기금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강한 반대의사를 밝힌 것은 이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전날 “재계 일부에서 조건부 논의 의사를 밝혔다”고 전한 것과 관련해 재계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히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사회공헌기금의 용도는 범사회적 제도개선과 지원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우선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 이 문제에 대한 공론화 논의를 촉발시킨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준조세 성격의 사회공헌기금 등으로 기업의 세부담을 증가시키면 결국 투자감소를 유발하고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며 이는 결국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도 정면 배치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또 다른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도 “노사문제를 책임지는 장관이 법적근거도 없는 사회공헌기금 출연 발언을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총은 노동계에 대해서도 “노동계가 사회공헌기금 조성을 통해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나 고용보장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사용자의 일방적 부담만 요구하겠다는 의미”라며 “대기업 노조들이 이 문제를 진실로 고민한다면 과보호된 정규직의 근로조건 조정과 고용유연성 확보 등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민감한 곳은 자동차 업계다.
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이 사회공헌기금 문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기금과 관련해 정부에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며 “완성차 4개사의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ㆍGM대우ㆍ쌍용자동차 등 4개 완성차 노조가 해마다 각사 순이익의 5%를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으로 만들자고 하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 침해이며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