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병불변 발표 뭐가 급했나" 비난 봇물

■정부대책 문제점<br>정부 강경입장 납치단체 자극 가능성<br>접촉창구 삼은 종교단체 능력도 의문<br>對아랍권 외교력 부재 한계 노출 지적

"파병불변 발표 뭐가 급했나" 비난 봇물 ■정부대책 문제점정부 강경입장 납치단체 자극 가능성접촉창구 삼은 종교단체 능력도 의문對아랍권 외교력 부재 한계 노출 지적 반기문(왼쪽) 외교통상부 장관이 23일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김선일씨 피살관련, 당ㆍ정ㆍ청 대책회의에서 이종석(가운데) NSC사무처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기자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씨가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22일 결국 살해되면서 정부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종교단체와 사설경호업체 등을 통해 김씨의 생존이 사실상 확인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던 상황이 급반전된 것이어서 정부의 협상교섭 전략과 능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의 대응력이 인질들을 성공리에 구해냈던 일본ㆍ중국의 사례와 비교되면서 앞으로 실제 추가 파병이 이뤄질 경우 이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테러범들이 ‘한국군 철수, 추가 파병 반대’를 협상조건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추가 파병 불변’ 방침을 그토록 일찍 발표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 김씨의 납치사실이 알려진 후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재건을 위한 것이며 이런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알 자지라 등 외신을 통해 이라크 현지에도 전해졌고 테러범들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 카이로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 “한국정부의 강경방침 천명과 국내 언론의 과다한 보도가 아랍언론에 그대로 전해지면서 납치단체를 자극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알 자지라 방송은 서울의 분위기를 “한국, 인질의 SOS 신호 불구, 파병원칙 재확인”이라고 보도했다. 김씨를 납치한 ‘알 타우히드 알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종교적 광신도 단체나 단순 폭력단체가 아닌 알 카에다 산하 정치테러단체임이 분명하다. 이들은 한국정부로부터 유연한 정치적 제스처를 기대했지만 외견상 강경방침이 나오자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용한 중재자의 성격과 능력도 의문이다. 주이라크 대사관은 김씨가 붙잡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팔루자를 중심으로 성직자 단체와 이슬람계 정당 간부 등을 접촉창구로 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납치단체는 알 카에다 이라크 총책으로 통하는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 휘하 무장조직으로 이 단체는 이라크 자생 저항단체가 아닌 외부에서 들어간 정치테러단체”라며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지하드(聖戰)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종교관과 어긋나는 외국인 인질에 대해서는 참수나 화형 등 무자비한 살육도 불사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가 이라크 내부 종교 지도자들을 접촉창구로 활용했다면 애초부터 잘못된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이 같은 실수는 아랍에 대한 이해 부족과 아랍 관련 인재풀이 협소한 데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주이라크 대사관과 외교부에 아랍어 전공 인력이 몇 명 있지만 아랍 전문가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면 이라크나 주변 아랍국 정부와 공식ㆍ비공식 창구를 통해 저항세력과 직간접적 채널을 확보해놓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동석 기자 freud@sed.co.kr 입력시간 : 2004-06-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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