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깜깜이 수능, 눈치보기 전형 내년 또 해야 하나

대학수능시험이 끝나자 일선고교 현장의 혼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상 초유의 난이도 선택형 수능이 부른 예고된 참극이다. 일선교사들과 수험생들은 가채점 결과로 어떤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한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에 어느 정도의 학력을 가진 수험생이 응시했는지 알 길이 없는 탓이다. 다시 말해 상대평가가 가미된 표준점수와 등급 분포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측은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되 지난 9월 모의고사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했다지만 교육현장의 판단은 다르다. 수능이 어려우면 변별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유형마다 변별력을 두려다 보니 쉬운 A형조차 어렵게 느껴졌다고 아우성이다. AㆍB형을 굳이 나눈 취지조차 무색한 것이다. 평가원 측은 선택형 수능 도입으로 지금껏 유지해온 1% 만점자 원칙이 무의미하다며 배제했다지만 난이도 조절실패에 따른 비판을 비켜가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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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진학지도를 어떻게 할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는 27일 채점 결과가 발표되면 점수와 등급분포를 알 수 있어 그나마 혼란이 줄어들겠지만 수시모집은 진작부터 시작됐다. 수시모집이 수능 위주의 선발방식은 아니지만 최저학력 수준을 반영하기 때문에 수능점수 역시 무시하지 못할 전형요소다. 정시모집은 더 문제다. AㆍB형 가산점수 차이로 자신이 어떤 유형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당락을 가를 수 있다. 입시제도가 180도 달라졌으니 참고할 자료도 없다. 대학 가는 데 눈치보기가 극심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난리통에 사설 입시기관만 신이 났다. 가뜩이나 복잡한 전형에 선택형 수능까지 가세하면서 대학 가는 길은 족히 1만개를 넘는다. 벌써부터 B형 몇 등급이 A형 몇 등급보다 못하다느니, 표준점수보다는 백분율을 반영하는 대학에 응시해야 한다느니 별의별 전략이 다 나온다.

교육당국은 부작용을 익히 알면서도 3년 전에 예고했다는 이유로 '깜깜이' 수능을 강행했다. 그것도 모자라 영어를 제외한 국어와 수학을 대상으로 1년 연장해버렸다. 내년에도 이런 혼란을 또다시 겪어야 한다니 한숨부터 나온다. 누가 이런 황당한 제도를 만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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