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국제금융시장] 英 '규제없는 규제경영' 성공
작고 강한 시스템만이 살 수 있다.
지난 반세기동안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부 구조는 작고 강한 정부였다.
사유재산의 존재를 부정하고 모든 것을 국가가 처리했던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은 물론 국가가 경제계획과 개발을 주도했던 일본 등 아시아적 경제시스템도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시장의 자율을 극대화하는 작은 정부를 구축하고 있는 상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한 자료는 이 같은 작은 정부가 결코 '약한 정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 반대로 작은 정부는 비용대비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한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OECD 보고서는 적시하고 있다.
OECD는 이에 따라 각 정부가 추구해야 할 목표도 단순한 규제완화(deregulation)가 아닌 규제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규제경영(Management of regulation)이 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즉 각국 정부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는 데 그치지 말고 비용대비 가장 효율적인 규제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영국을 지목하고 있다.
영국에서 사업을 해본 많은 사람들은 영국이 기업회계 등에서 가장 까다로운 기준을 갖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영국이 가장 사업하기 편한 국가라는 점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영국의 한 컨설턴트는 이와 관련 영국정부의 규제시스템은 시장흐름의 정확한 맥을 짚어 필요한 곳만 정확히 통제하는 대신 불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히 규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컨설턴트는 그 대표적인 예로 영국증권거래소를 꼽았다. 영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일단 상장되면 자질구레한 정부 규제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부의 허가를 위해 관청 여러 곳을 뛰어다닐 필요도 없다.
영국의 효율적 규제장치는 오랜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다. 70년 집권한 대처 수상은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규제완화와 경쟁 촉진 등을 골자로 한 개혁을 단행했다.
대처 수상은 정부기관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행정기능은 과감히 폐지 또는 민영화하는 한편 공무원 직급도 7개로 단순화했다.
그 결과 79년 78만명에 달하던 공무원수가 지난해초 현재 46만8000명으로 40%나 줄었다. 이와 함께 브리티시 텔레콤 등 비효율의 상징이던 공기업도 단계적으로 민영화해 효율성 증대를 이뤄냈다.
정권이 바뀌어도 개혁은 일관성있게 추진되고 있다. 효율적인 정부 구축을 위한 노력은 당파나 이데올로기를 초월한다는 게 정치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토니 블레어 총리는 규제철폐, 공기업 민영화뿐만 아니라 ▦노조의 파업결정 투표율 상향조정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정책 ▦ 사회복지예산 동결 등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상산업부를 기업경쟁력 강화 전담부서로 지정하고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해 유럽내 최저수준(30%)으로 낮추고 지역개발청을 설립, 지역실정에 맞는 경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개혁의 성과는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2∼3년간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뛰어난 경제운용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 3%이상을 기록 중이며 실업률은 80년 이래 가장 낮은 4.0%에 머무르고 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