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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이 점차 기지개를 켜면서 그 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판화에 미술 애호가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는 저렴한 가격에 미술을 즐기기 위한 일반인들의 문화적인 욕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판화 기술의 발전으로 도시 주거환경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작품이 다양하게 등장한 것도 판화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1800년대 유명 작가의 회화작품을 복제하기 위해 등장했던 판화는 1960년대 이전까지는 미술품으로 인정 받지 못했지만, 현대 미술에서는 회화의 장르로 당당히 자리를 굳혔다. 피카소의 유화가 수백억원대를 호가하는 반면 그의 판화는 원화의 0.1%에도 미치지 않는 1,000만원대 작품도 있다.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풍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종학 화백 유화의 경우 10호 기준 1,00만원이상에 거래되지만, 판화는 5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지난 4월 K옥션(대표 김순응)이 판화와 종이 작품만 경매했던 행사에는 전체 125점 중 117점이 낙찰돼 93.6%라는 경이적인 낙찰률을 기록,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또 오랜 동안 판화작업을 이상국 작가의 올 4월 전시에 걸린 130여점 중 절반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판화에 미술 애호가들이 몰리고 있다. 이처럼 판화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짐은 저렴하게 집안을 꾸미고 싶어하는 미술 애호가들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거실에 예술품을 걸어놓고 싶은 초보 컬렉터들에겐 대가의 예술세계를 감상하며 안목을 높이기에 더 할 나위 없는 장르가 바로 판화다. 송대섭 홍익대 판화과 교수는 “판화는 복제기법을 적용하지만 에디션이 있어 한정적이며, 작가의 예술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미술 장르”라며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국내 판화시장이 더욱 활성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