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ㆍ냉장고ㆍ에어컨 등 국산 가전제품의 유럽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무엽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철도 당국은 조만간 국제유가 급등과 철도수지개선을 명분으로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500달러~3,900달러 수준인 러시아 보스포치니항~핀란드간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TSRㆍTrans Siberian Railway) 운임을 4,600달러~5,000달로 약 30% 이상 인상할 방침이다. 이 경우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연간 523억원의 추가 물류비를 부담해야 하는 등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TSR은 삼성ㆍ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유럽 및 러시아지역 수송루트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 해 TSR을 통한 수출화물은 디지털TVㆍ냉장고ㆍ청소기 등 가전제품과 자동차ㆍ화학제품 등 총 15만TEU로 전년 대비 29%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삼성ㆍLG전자의 가전제품이 전체 물동량의 절반 이상인 7만2,000TEU(27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러시아 당국이 TSR 운임을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최소 1,000달러 이상 인상하기로 최근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현지 물류업체들이 이 같은 내용을 서면으로 통보, 운송료 인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TSR 요금이 30% 정도 인상되면 냉장고 한대당 5~10%의 가격인상 효과가 발생한다. 시장에선 국산 가전제품이 유럽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점이란 점에서 일정 수준 가격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일본 가전업체들은 최근 엔저 효과 등에 힘입어 북미나 유럽 등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가격인하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국내 업체들의 수출감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ㆍLG전자 등은 장기적으로 TSR이용 수출물량 축소 및 해상운송 등 대체수단으로 전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삼성ㆍLG전자 등 수출업체와 무협 등은 지난 14일 긴급대책협의를 갖고 러시아 철도청에 과도한 운임인상 계획의 철회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발송하는 동시에 정부의 외교경로를 통해 지원도 요청했다. 하지만 해상운송으로 전환할 경우 리드타임(운송시간) 증가와 적기공급 차질 등 문제점이 많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TSR을 이용할 경우 운송기간이 20일 정도 걸리는 반면 해상 운송으로는 35일이나 걸려 적기납기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ㆍLG전자 등은 이미 TSR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놓아 갑자기 해상운송으로 전환할 경우 항만 컨테이너 재작업 등의 문제도 발생해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