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3(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참석은 다자간 정상외교 무대의 첫 데뷔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지난 5, 6, 7월 매달 한번씩 가졌던 미ㆍ일ㆍ중 정상회의가 개별 양자회담이었다면 7,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이번 `아세안+3` 회의는 여러 정상들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상외교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중ㆍ일 등 12개국 정상들과 전체회의를 갖는 것은 물론 소그룹별 미팅과 개별회담 등 총 19개의 공식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의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핵 2차 6차회담 개최에 대한 당사국들의 의견이 조정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 이번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위해 2차 6자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는 내용의 3국 공동선언문 채택을 강력히 추진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이 이번 5차 3국 정상회의의 순번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게 된 점은 3국 공동선언문 채택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동북아 중심국을 표방하며 3국간 경제협력의 교량역을 자임해온 만큼 이번 회의에서 그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의의 또다른 관심사는 한ㆍ중ㆍ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다. 3국 모두 원론적으론 지지를 하고 있으나 일본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더욱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현 상태에서 3국간 FTA로 직행할 경우 문제가 적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역간 산업구조의 분화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다 칠레와의 협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농업 등 취약산업의 구조조정이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환율 문제는 더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측은 `약(弱) 달러` 정책을 기조로 위앤화 절상 등 한ㆍ중ㆍ일 3국 모두에 직ㆍ간접적인 평가절상 압력을 넣고 있다. 물론 미국의 주타깃은 중국이다. 더욱이 3국 모두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여서 `3국 공조`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