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화된 경제력 집중(사설)

정부의 경제력 집중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 정부시책에 호응, 재벌기업들이 문어발을 자르겠다고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어발은 더 많아지고 있다.요란스럽던 정책이 헛돌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정부의 경제력 집중 억제, 독과점 규제, 무분별한 사업 확장 억제 등 정책과제가 무색해졌으며 재계의 실천의지도 찾아볼 수 없어 구호에 그쳤음이 드러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30개 기업집단의 경제기여도」 보고서에 따르면 95년 30대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56조5천1백53억원으로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NP) 3백48조2천8백43억원의 16.2%를 차지했다. 94년 14.2%에서 1년 사이에 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특히 상위 4대 그룹이 총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년 6.6%에서 9.2%로 높아졌다. 전경련은 대기업들이 국부를 늘리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하나 그것은 곧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재벌기업의 문어발 확장도 왕성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50대 재벌그룹의 97개 위장계열사를 적발했다. 이로써 30대 재벌의 계열사는 올 연초 6백69개에서 7백67개로 급증했다. 한 재벌이 평균 25개 이상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 확장은 특수한 목적이나 불가피한 경우가 있을 것이고, 다각화를 통해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력과 규모화를 통한 경쟁체제 등 긍정적인 효과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는 폐해와 부작용이 너무 큰게 문제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내부거래가 산업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자원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혁신이나 전문화에 대한 투자에 소홀해지게 된다. 이는 전체적인 경쟁력저하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전문화, 일류기업화와는 거리가 멀고 경쟁력있는 세계적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더욱이 대기업 그룹의 문어발 확장과 경제력 집중 틈바구니에서 상처와 고통을 당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인력난, 자금난, 기술난, 판매난도 뿌리를 찾아보면 끝을 모르는 대기업의 확장욕에 맞닿아 있다.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정책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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