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개성공단 인력 가뭄에 속탄다

노동집약적 산업체 많아 인력 2만~3만명 추가 필요 "신청 1년 지나도 소식없어"<br>고용 막혀 기업 성장 발목 불구… 당국, 남북관계 악화 우려에 손놔


개성공단에 입주한 반도체 부품업체 A사는 지난 2010년 사업 확장에 필요한 추가 인력을 정부에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현재 개성에 460명 가량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 업체는 최근 사업 성장으로 200명 이상의 근로자를 더 충원해야만 하는데 본의 아니게 성장에 발목이 잡혀 있는 셈이다. A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인력을 신청한지 벌써 1년이 넘어가는데 근로자를 거의 고용하지 못했다"며 "개성공장은 현재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건비가 싸 회사를 키우려면 이곳의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올해에도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푸념했다.


개성공단 근로 인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입주 기업들의 올해 성장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을 기점으로 개성공단에 고용된 북한 근로자는 총 5만315명. 지난 2008년초의 2만3,529명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도 개성공단은 성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완전히 다르다. 숫자상으로 근로자가 늘었을지 몰라도 실제 필요한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추가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력을 2~3만명 수준으로 집계하고 있다. 현재 북한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특히 근로자 수가 5만명에 접어 들면서 올해는 완전히 고용이 정지될 것이라는 공포가 업체들에 확산되고 있다. 업계와 통일부가 추정하는 개성시와 인근 지역 인구는 20만명 내외로 4인 가족 감안시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개성공단에는 노동집약적 사업체가 많아 고용 중단은 즉 회사 성장 정지를 의미한다. 5ㆍ24 대북조치로 신규투자도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부터는 고용의 길도 막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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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장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는 반도체 부품사 B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계속해서 인력을 요청했지만 정말 적은 수만 받았다"며 "기업 성장과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고용을 반드시 늘려야 하는데 이제는 기대도 안 한다"고 밝혔다. 건설장비 부품회사인 C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기계 역할이 커서 그나마 낫지만 후발주자의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체들이 많아 이들의 걱정이 특히 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는 혹시나 사업에 더 큰 지장이 초래될까봐 남북 정부 모두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건의도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성공단 관계자는 "업황이 좋은 업체나 좋지 않은 업체나 인력 부족을 겪지 않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며 "그러나 개성공단의 입지상 업체들의 불만 사항이 강하게 전달되는 것에 대해 남북 정부 모두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통일부 역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올해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개성시 근로자가 포화 상태를 맞으면서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시외 노동자를 끌어와야 하는데 기숙사 건립이나 이에 상응하는 다른 조치들을 전혀 검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추가적인 필요 노동력이 2만명 이상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당국과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아직까지 특별히 세운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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