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고향에 온 기분이에요."
26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를 치른 안시현(20.코오롱엘로드)은 표정이 더없이 밝았다.
나인브릿지골프장은 바로 '세계여자골프의 신데델라' 안시현이 탄생한 곳. '장래성 있는 유망주'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안시현은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박세리(27.CJ), 박지은(25.나이키골프)등 쟁쟁한 스타들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성공신화'를 열었다.
남몰래 품고 있던 미국 진출의 꿈이 CJ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으로 훨씬 앞당겨진 안시현은 LPGA 투어에도 연착륙에 성공, 신인왕까지 차지하고 금의환향했다.
이런 안시현이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느끼는 감정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꼭 1년만에 돌아왔지만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네요. 1년전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요." 코스 구석 구석에서 당시의 감격과 환희가 고스란히 배어난다는 듯 안시현은 연습 라운드 도중 짬짬이 걸음을 멈추곤 했다.
"작년에 내가 어디로 드라이브샷을 떨궜고 아이언샷은 어느 쪽으로 보냈는지 다기억이 난다"는 안시현은 "마냥 추억에 잠겨 있을 순 없죠. 이번에도 보란듯이 우승해 대회 2연패를 꼭 달성하고 싶어요"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신인왕에 올랐지만 아쉬움이 있다면 아직도 올해 우승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는 안시현은 이번 대회에서 미뤘던 시즌 첫 승을 반드시 해내겠다는 다짐이다.
나름대로 준비도 철저하게 했다. 지난 19일 귀국한 안시현은 몰래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나인브릿지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그만큼 대회 2연패에 대한 의욕이 강하는 뜻이다.
22일 저녁 수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 시구자로 나서느라 다시서울로 올라왔던 안시현은 주말을 보낸 뒤 25일 곧바로 제주로 내려오자 마자 코스점검에 매달렸다.
"이곳에서 우승해서가 아니라 코스가 마음에 꼭 든다"는 안시현은 "이제 코스는눈감고도 어디가 위험한지, 어디서 다음샷 치기에 좋은지 다 안다"고 자신했다.
26일부터 28일까지 프로암대회를 포함해 3차례 가량 더 코스를 돌아볼 안시현은연습장에서는 낮게 깔아치는 펀치샷 연마에 집중했다.
"여기서는 바람이 스코어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라는 안시현은 "낮은 탄도로 날아가 그린에 바로 멈추는 펀치샷은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며 대회 2연패를 위한 '예습' 성과에 꽤 만족한 눈치.
"소렌스탐이 '비책'이 있다고 했다던데 나 역시 비책을 마련했다"는 안시현은 "(비책은) 비밀인데... 경기 때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안시현이 '약속의 땅' 제주에서 LPGA 투어 정식 멤버로서 우승컵을 치켜들지 관심사다.
(제주=연합뉴스) 권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