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회사 차'에 따른 탈세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차 출신의 이계안 민주당 의원이 이미 2007년 리스 차의 비용 처리 상한선을 3,000만원으로 두는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2013년에도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상한선 1억원과 금액별 차등 적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도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과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각각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럼에도 지금껏 법 체계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과세 처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법 체계를 마련한다고 해도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는데다 제대로 세금을 징수하기에 걸림돌이 적지 않았다.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세제실이나 집행해야 하는 국세청 모두 고민거리다.
가장 큰 문제는 과세의 주요 타깃이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리스 수입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업무용으로 팔린 고급 수입차는 모두 7만8,999대. 현대·기아차의 고급 모델 판매량(2만6,721대)을 3배가량 앞질렀다.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도 업무용 차량은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2억원이 넘는 차량은 사업자 구매 비중이 87.4%에 이른다.
이처럼 법인이 고급 수입차를 많이 구매하는 이유는 절세 효과 탓이다. 현행 국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한해 차량 구입비는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까지 5년간 전액 한도 없이 경비로 처리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연 수입이 1억1,000만원 정도 되는 개입사업자가 고급 수입차 리스를 통해 연간 3,000만원가량의 비용을 손비 처리할 경우 줄어드는 소득세와 주민세만 1,000만원이 넘는다. 취득·등록세와 국공채 매입 부담도 사라진다. 세금을 더 물어가면 개인용으로 수입차를 장만하면 되레 '비합리적' 소비 행태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수입차에만 과세할 경우 유럽연합(EU)과의 통상마찰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업무용으로 구입한 고급 수입 차량의 손비 처리 문제는 해묵은 과제"라며 "배기량이나 가격 기준을 두면 수입차에 대해서만 차별을 두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통상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껏 과세를 못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5,000만원 이하 차량으로 한정해도 과세 대상의 대부분은 수입 차량이 될 수밖에 없다. 1억원이라면 사실상 100% 수입차다. 금액 기준에 따라 충분히 국산 차 보호 장치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셈이다.
비용 처리 한도를 3,000만원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논란은 가시지 않는다. 국내 고급 차량도 포함돼 내수 위축 우려가 제기되고 가격이 비싼 수입차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통상마찰 시비가 붙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캐나다의 과세 모델을 적용하자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 실정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자국산 브랜드가 없는 캐나다는 우리와 달리 국산과 수입차의 형평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 캐나다는 3만캐나다달러까지 경비 처리를 허용한다. 영국은 1만2,000파운드를 초과하는 차량에 한해 감가상각비를 최대 3,000파운드로 제한한다.
운행 기록을 작성해 업무용으로 썼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만 비용으로 인정해주자는 의견도 있다. 이상일 의원의 입법안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업무용 차량이 손비 처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표준 마일리지를 정해두고 업무용 차량의 개인적 유용을 엄격히 통제한다. 하지만 수입차를 비롯한 고가 차량을 업무용으로 산 개인사업자를 잠재적 탈세 사범으로 간주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적 용도 전용을 추려내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행정력만 낭비할 소지가 크다.
기재부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고 새어나가는 세금 규모도 크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