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0월 1일] <1515> 5개년 계획


'5개년 계획'으로 가장 유명해진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한국이 아니라 소련이다. 1928년 10월1일자로 스탈린은 제1차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골자는 농업 집단화와 강력한 공업화 정책. 중장기 계획에 나선 이유는 위기감. 공산정권 수립 이래 곤두박질한 경제가 1921년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허용한 신경제정책(NEP) 도입으로 안정됐지만 자본가와 부농이 속출하고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자 근본대책으로 꺼낸 게 5개년 계획이다. 질문을 '5개년 계획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로 바꿔도 답은 마찬가지다. 소련은 상상을 초월하는 성공을 거뒀다. 국제연맹 자료에 따르면 경제 기적을 이뤘다는 일본이 1928년부터 10년간 84% 성장한 데 비해 소련은 같은 기간 중 497%나 성장했다. 경제학자 폴 케네디는 이런 평가를 내렸다. '소련의 통계가 과장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산업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외자 유입이나 특별한 신기술 개발도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스탈린의 말대로 '선진국보다 50~100년 뒤진 우리가 10년 내에 저들을 따라잡지 못하면 압도 당할 것'이라는 인식 아래 노동자들이 뭉친 덕분이다. 생산원가 이하로 농산물을 반출하고 집단화를 강요 받은 농민들의 반발로 급감한 농업생산은 흐루시초프 시대에 이르러서야 옛 수준을 되찾았지만 전세계가 대공황에 시달리던 시절, 소련은 유일하게 활황을 누리며 세계 2위의 공업국가에 오르고 2차 대전 승전의 기반을 다졌다. 각국이 경제기획에 나선 것도 소련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다. 한국의 불균형발전전략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5개년 계획이 등장한 지 81주년. 더 이상 소련은 없다. 5개년 계획은 소련을 그나마 연명시킨 발판이었을까, 몰락을 잉태한 씨앗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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