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80%이상이 면세점 이하… 세수 효과 200억 그쳐

■ 종교인 과세 이르면 1월달중 입법예고<br>수입·지출 주먹구구 회계 근거 불명확<br>강연료·사례금·현물 등 대상 포함 여부 미지수


정부의 과세정책이 성직자의 수입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해당 방식이 확정될 경우 목사ㆍ신부ㆍ승려 등 성직자들은 6~38%의 소득세 일반세율을 적용 받게 된다.

그러나 성직자 과세가 본격화해도 실제 납세액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진짜 고소득 성직자는 지능적으로 소득을 탈루할 여지도 남아 있어 입법 과정에서 대응책이 요구된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성직자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매기는 조항을 신설해 소득세법 시행령에 담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방안이 확정되면 이르면 1월 중 입법예고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정당국은 성직자 과세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성직자의 80~90% 정도는 세금 부담이 한 푼도 없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로 인해 연간 세금수입(세수)도 2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불과할 것으로 당국자들은 내다봤다.

이는 성직자의 대다수가 세금을 부과하지도 못할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은 면세점 이하 계층인 탓이다.

물론 개중 실제로는 고소득을 누리면서 숨긴 경우도 있을 것으로 파악되지만 현실적으로 행정력을 동원해 이 잡듯 뒤지기는 쉽지 않다.

우선 과세할 회계 근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종교단체가 수입과 지출을 명확히 밝힐 수 있는 복식부기로 회계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게 세정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즉 조잡한 단식부기를 쓰거나 아예 공식 회계기록을 남기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세금을 매기기 위해 성직자나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이 국민감정상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위헌론과 관습법의 문제도 제기된다.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 등 과세행정 수준이 과도할 경우 자칫 종교탄압으로 비쳐져 헌법상 신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빠질 수 있다. 근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정치와 종교의 분리원칙이 보편화된 추세여서 성직활동에 대해 세속의 행정력이 깊숙이 미치는 것이 관습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학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는 주요 선진국들도 성직자에 대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 보면 미국은 소득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대신 사회보장기금 명목으로 성직자에게 일정 금액을 징수하는데 이는 노후대책이 없는 성직자의 노후연금용이지 세금이 아니다.


독일도 성직자에게 과세를 하기는 하지만 소득세가 아니라 '종교세'라는 별도의 세목으로 과세한다. 이는 성직자의 봉급에 대해서만 원천징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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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별도로 성직자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ㆍ감면 특례를 두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거두는 세수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미 성직자 과세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ㆍ캐나다와 마찬가지로 소득세법 등에 성직자 비과세ㆍ감면 특례 등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세무서들은 종교단체에 과세해봐야 세수도 미미하고 과세 근거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자칫 종교계와 갈등을 빚을 수 있어 억지로 징세하지 않아왔다.

오로지 성직자가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하는 경우에만 세금을 부과했을 따름이다.

이 같은 논란을 접어놓고 정부가 굳이 성직자 과세조항을 법령에 명문화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국민통합과 재정확충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종교계라고 해서 과세편의를 봐준다면 성실 납세자들의 반발이 거세져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이는 탈세 위험을 높여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정부가 과세 입법을 하더라도 성직자의 모든 소득이 근로소득으로 분류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세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목사가 교회에서 받는 월급은 근로소득이지만 소속 교회가 아닌 대외활동 중 받는 각종 강연료나 사례금, 신도들이 비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현물 선물 등은 근로소득으로 보기에 애매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애매한 부분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이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로 볼 수 있다.

또한 당장 이달 중 입법예고가 되더라도 실제 시행시기는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종교단체들이 성실납세에 협력하기 위한 행정적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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